[책의 향기]초고령사회 일본의 ‘의료난민’ 해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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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 재택의료를 실험하다/시바하라 케이이치 지음·장학 옮김/214쪽·1만8000원·청년의사

지난해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서비스를 취재하면서 재택의료의 이점을 알게 됐다. 인터뷰에 응한 김모 할머니(80·경남 김해시)는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었는데, 하지관절 장애로 거동이 힘들었다. 가족들과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 식사부터 병원 진료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할머니는 “물리치료 받으려고 병원에 가려면 살을 에는 통증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자체와 협약을 맺은 지역병원 간호사와 물리치료사가 매주 방문의료 서비스를 나오면서 삶이 바뀌었다. 할머니는 “내 집에서 치료받게 돼 마음이 편하다. 서로 의지하는 동네 친구들도 자주 볼 수 있다”며 만족해했다.

이 책은 의사 출신 의료 사업가인 저자가 초고령사회 도래에 따른 의료 위기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일본은 전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율이 2017년 기준 30%에 육박한다. 게다가 선진국 중에서도 인구당 병상 수가 많고 평균 입원기간도 길어 의료비 부담이 큰 편이다. 의사들이 대도시로 몰리면서 지역의사 수가 절대 부족한 건 우리나라와도 닮은꼴이다. 생산인구 감소와 지역 의료체계 붕괴는 병상 부족을 초래해 장기요양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나 말기 환자들이 사실상 방치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의료 난민’의 양산이다. 병원 입원이 거절된 환자들은 결국 가족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런 의료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재택형 의료병상’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 의존도가 높은 고령 환자 등의 요양병상에 일상을 더한 집합주택이다. 유지비용이 높은 의사를 아웃소싱해 방문 진료로 돌리되 환자 상태를 24시간 체크할 수 있는 간호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필요에 따라 지역 주치의나 치과의사, 약사 등이 방문해 환자를 돌본다. 환자 입장에선 생활공간에서의 안락함을 유지할 수 있고, 병원은 별도 병상을 두지 않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저출산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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