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한 번 지각했다면 4번은 일찍 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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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성 편향/존 티어니,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지음·정태연 신기원 옮김/392쪽·2만1000원·에코리브르

인간이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부정성 지배’ ‘부정성 효과’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이 책의 유익은 공포와 독설로 정치·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부정성 장사꾼’들과 온갖 암울한 뉴스가 삽시간에 공유되는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합리적 방법으로 부정성의 힘을 제어하는 지혜를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일단 저자들은 부정적 사건이 정서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원리를 뇌 발달 연구에서 찾는다. 인간의 뇌는 위협과 불안에 과잉반응을 하도록 설계됐다. 그것이 인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논리적 사고와 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은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하는 순간 투쟁, 도피 반응을 끌어내는 기저핵과 변연계까지 작동시킨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마치 우리 조상들이 산길에서 호랑이를 만난 것과 같은 강력한 과잉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결과는 간단하지 않다. 이런 과잉반응 때문에 가정, 이웃의 불화뿐 아니라 회사의 평판이 무너지고, 집단이기주의와 외국인 혐오, 극렬한 정치적 분열까지 생긴다.

부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 중 하나는 긍정성 비율이다. 책은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4의 법칙을 끌어낸다. 나쁜 것 하나를 극복하려면 좋은 것 네 개가 필요하다는 지침이다. 일례로 임상심리학자들은 내담자가 부정적 감정 한 번에 긍정적 감정 네 번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치료를 한다. 이는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각을 한 번 했다면,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적어도 네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연인이나 부하직원을 한 번 비판했다면, 네 번 이상은 칭찬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부정성 전파로 조직을 망치는 ‘썩은 사과’ 처치법, 부정성에 대한 선천적 방어기제인 ‘폴리애나 원리’(긍정성 개발)를 적극 활용하는 법 등 부정 편향성이 만연한 세상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책의향기#부정성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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