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플랫폼 노동자 애환 등 생활밀착형 소재가 대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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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서 나타난 응모작 흐름
“SNS세계 다룬 작품 늘고 힘든 사회 분위기 반영한 듯… 어둡고 우울한 경향 많아”
코로나 속에도 7306편 응모…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

10일 열린 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은 2m 이상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심사장 풍경은 사뭇 달라졌지만 총 7306편 응모라는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0일 열린 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은 2m 이상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심사장 풍경은 사뭇 달라졌지만 총 7306편 응모라는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코로나로 인한 단절과 고립을 다룬 작품들과 집값 상승, 주거 불안정이나 가족 간 갈등 같은 사회 현상을 반영한 생활밀착형 소재들이 주를 이뤘다.”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10일 열린 ‘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총평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올해 예심은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해 모든 심사위원의 좌석 간격을 2m 이상 두고 진행했다.

코로나19도 신춘문예를 향한 열기를 꺾지 못했다. 올해 9개 모집 분야 응모작은 총 7306편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많아졌다. 분야별로는 중편소설 312편, 단편소설 713편, 시 5246편, 시조 556편, 희곡 58편, 시나리오 63편, 동화 292편, 문학평론 24편, 영화평론 42편이었다. 특히 단편소설(지난해 비해 30% 증가)과 시(20% 증가)에서 예년보다 응모작이 크게 늘었다.

예심 심사위원은 △시의 서효인 안미옥 시인, 송종원 문학평론가 △단편소설의 정이현 염승숙 정한아 소설가, 고봉준 문학평론가 △중편소설의 김설원 소설가, 조연정 강동호 문학평론가 △시나리오의 변승민 레진스튜디오 대표, 최정열 영화감독이 맡았다.

올해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탓인지 어둡고 우울한 경향의 작품이 많았다는 것이 분야를 막론한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시 부문에서는 코로나 세태를 반영한 듯 몸이나 마음의 아픔을 표현한 시, 절대자인 신을 호명하는 듯한 작품이 많았다. 송종원 문학평론가는 “마스크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활용한 시도 많이 보였고, 최근 시 경향을 반영한 듯 시 속에 캐릭터를 만들어 소설처럼 쓴 작품도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단편소설에서는 생활밀착형 소재와 유튜브 인스타그램같이 일상에 깊게 파고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계를 다룬 작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평이다. 정이현 소설가는 “장류진 작가를 연상시키는 직장생활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나 주택, 아파트같이 부동산을 둘러싼 이야기가 많았다”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안에서의 관계나 자아정체성 문제를 다룬 작품도 상당수였다”고 말했다. 고봉준 평론가는 “배경으로는 빌라가 유난히 많았고 시대상을 반영하려고 애쓴 듯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애환, 코로나 이후 일상화된 체온 측정 등을 소재로 삼은 작품도 눈에 띄었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생활형 소설이 늘어난 반면 해외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또 다른 특징. 정한아 소설가는 “월세냐 전세냐 등 주거 문제나 집값에 대한 분노 등에서 무능감과 무력감이 읽혔다”고 평했다. 염승숙 소설가는 “역시 소설은 세태와 풍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장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편소설은 전반적으로 가족 내 불화나 갈등 같은 전통적 소재를 쓴 작품이 많았다. 1960, 70년대 이야기나 1990년대를 복고풍으로 다룬 작품도 많아 응모자 연령대가 상향됐음을 유추케 했다.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코로나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있었고 SF적 작품도 늘었지만 신선하고 파격적인 작품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했다. 김설원 작가는 “가벼운 웹 소설 형식의 응모작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심사를 맡은 최정열 감독은 “죽음, 자살, 취업난처럼 사회상을 반영한 어두운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변승민 대표는 “장르적으로 스릴러이면서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았고 최근 트렌드인 여성 서사도 도드라졌다”고 평했다.

이날 예심 결과 시 부문 11명을 비롯해 중편소설 8편, 단편소설 9편, 시나리오 10편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으로만 당선작을 정한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1일자에 게재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응모작 흐름#생활밀착형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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