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에 지친 우리 몸, 비트 카나페로 저항력 ‘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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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땅으로부터’ 출간한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통째로 2시간 구워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썬 비트 위에, 소금에 볶은 은행과 간 비트를 넣어 돌돌 말아 반으로 자른 비트 카나페. 비트는 항산화 성분이 강해 몸의 저항력을 높여준다. 궁편책 제공
통째로 2시간 구워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썬 비트 위에, 소금에 볶은 은행과 간 비트를 넣어 돌돌 말아 반으로 자른 비트 카나페. 비트는 항산화 성분이 강해 몸의 저항력을 높여준다. 궁편책 제공
“답답할 때는 셀러리 양상추 피망처럼 씹을 때 소리가 크게 나는 채소를 가볍게 드레싱해서 드세요. 청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머리가 멍할 때는 향이 강렬한 방아, 고수, 박하를 드시면 정신이 확 듭니다.”

‘방랑식객’ 임지호 자연요리연구가(64)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음식을 묻자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그가 들풀과 꽃, 뿌리채소로 만든 84가지 요리법을 담아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궁편책)를 출간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8일 그를 만났다.

책은 식재료의 효능은 물론이고 그에 얽힌 추억도 에세이처럼 썼다. 만능간장과 레드와인 소스를 만드는 비결도 처음 공개했다.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가 터득한 걸 나누기 위해 썼습니다. 이렇게 옷을 한 겹씩 벗어내면 또 나아갈 수 있겠죠.”

눈에 띄는 음식은 비트 카나페, 사자발쑥 만두, 벼룩나무 쌈밥 등이다. 강한 항산화 성분을 지녀 몸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비트는 통째로 2시간 구워 껍질을 벗긴 뒤 얇게 썬다. 그 위에 소금에 볶은 은행과 갈아놓은 비트를 넣어 돌돌 말아 반으로 자르면 비트 카나페가 된다. 몸을 따뜻하게 데워줘 면역력을 높이는 쑥을 다져 만든 만두피에 감칠맛 나는 새우를 잘게 썰어 넣은 소로 만두를 빚으면 쑥 냄새를 싫어하는 아이도 잘 먹는다. 가을걷이를 마친 논두렁에 솜뭉치처럼 새싹을 틔우는 벼룩나물은 장을 비우는 데 좋다. 밥에 단촛물과 참기름, 생된장을 넣고 동그랗게 빚은 뒤 벼룩나물과 말린 크랜베리를 얹으면 쌈밥이 된다.

요리법은 굽거나 삶고, 찌고 튀기는 정도다. 복잡하지 않다.

“재료가 지닌 본연의 성질을 살리는 게 중요합니다. 단순한 데 길이 있죠.”

소스와 양념가루, 들풀 등 재료의 용량은 표기하지 않았다.

“재료는 취향에 따라 양을 조절하면 됩니다. 틀은 있으되 틀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게 한국 음식이거든요. 요리 초보자라도 일단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책에는 요리별로 그가 직접 그린 색색의 드로잉을 배치해 화보를 보는 것 같다.

“재료의 성질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표현했어요. 이 음식을 먹은 사람의 기운 역시 이처럼 변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정표이기도 하고요.”

폐와 기관지를 튼튼하게 해주는 머위로 쌈밥을 만든 페이지에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작은 사각형이 촘촘히 모인 드로잉이 있다.

“머위는 몸을 깨끗하게 하고 새로운 세포가 돋아나게 합니다. 세포 하나하나를 온전하게 지키는 몸이 되는 거죠.”

다진 사자발쑥과 새우를 이용한 ‘사자발쑥 만두’.
다진 사자발쑥과 새우를 이용한 ‘사자발쑥 만두’.
책을 만들 때 하루에 20시간 넘게 요리하는 날이 이어졌지만 끄떡없었다.

“제 체력은 모두 들풀에서 나왔어요. 앞으로 코로나19보다 심각한 바이러스들이 생길 거예요. 자연을 망각했을 때 깊은 병이 찾아옵니다. 도시에 살아도 시간을 내 들로 나가 들풀을 찾아 드세요. 들풀은 땅이 생명에게 주는 축복입니다.”

그는 섬 산 바다 강에서 나는 재료로 만드는 요리책을 계속 낼 예정이다. 그의 한식당이 있는 강화도는 육지, 바다가 내어주는 재료를 모두 구하기에 좋다.

그는 이번 책이 사람을 자연으로 안내하는 ‘열린 문’이 되길 희망했다. 다음 달 7일에는 10여 년간 그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이 개봉된다. 낳아준 어머니, 키워준 어머니, 길 위에서 만난 어머니까지. 그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전국을 하염없이 누볐다.

“생명으로 가득 찬 세상 모두가 어머니라는 사실을 예순이 넘어서야 깨달았어요. 아픔을 치유하고 어루만지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 되는 꿈을 꿉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자연요리연구가#임지호#집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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