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엔 교회가 문화적-영적 방역의 ‘순환 펌프’ 역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교총 사회정책위원장 소강석 목사

서울 강남구 예장 합동 총회회관에서 3일 만난 소강석 목사는 “한국 교회를 이끈 것은 새벽 예배를 알리는 신앙의 종소리, 고난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희망의 종소리”라며 “교회와 사회를 일깨우는 자성의 종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 강남구 예장 합동 총회회관에서 3일 만난 소강석 목사는 “한국 교회를 이끈 것은 새벽 예배를 알리는 신앙의 종소리, 고난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희망의 종소리”라며 “교회와 사회를 일깨우는 자성의 종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지난달 31일 개신교 최대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한국 교회 예배 회복의 날’을 선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개월여 만에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었지만 서울 이태원 클럽과 물류센터, 개척교회 등에서 확진 사례가 늘면서 논란이 일었다. 3일 한교총 사회정책위원장이자 9월 예장 합동 교단 총회장으로 취임하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58)를 만나 최근 개신교계를 둘러싼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 한교총의 예배 정상화 선언이 최근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논란을 초래했다.

“공교롭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당시는 정부가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상태였고, 정지된 대한민국을 움직여 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 신자 출석률 80% 등 현장 예배 강화는 어떻게 되나.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겠다. 한교총의 선언은 예배의 현장성 회복뿐 아니라 예배의 소중함과 가치를 목회자와 성도(신자)들이 함께 느끼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 개척교회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를 낳고 있다.

“재정적으로 미자립 상태의 교회가 3만∼4만여 곳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이들 교회에 대한 지원을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 한교총과 교단 차원에서 공유와 나눔을 통해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방역 당국 발표를 보면 예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거리 두기와 방역에 철저하다. 문제가 된 소규모 모임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연합단체의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 리더십, 원 메시지가 아쉬웠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전체 교회의 90%를 아우르는 한교총이 앞서가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 리더십 부재에 대한 비판은 오래된 것 아닌가.

“한국 교회가 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회적 책임에 소홀하게 대처한 것이 리더십 부재의 큰 원인이다. 한경직 목사님 이후 신앙과 공인으로서의 모범을 두루 갖춘 걸출한 리더가 없었다. 리더를 세우는 분위기와 토양도 부족했다. 저희 세대부터는 그런 토양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보수적 개신교계와 정부의 소통 문제가 지적돼 왔다. 몇 점이나 줄 수 있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소통의 다리’가 놓아졌다. 하지만 60점 정도로 아직 부족하다. 요즘은 소통을 넘어 공감의 시대 아닌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목회자로서 현장 예배가 중단됐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나도 수도사처럼 기도 생활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예배를 잃어버린 신자, 바로 우는 자와 함께 우는 게 목회자가 아닌가. 그래서 우리 교회 부목사가 100명이 넘지만 모든 예배를 혼자 진행하다시피 했다.”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기도 한 그의 10번째 시집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는 최근 20쇄를 넘겼다. 그의 설교에서는 시 구절은 물론이고 트로트도 등장한다. 그는 인터뷰 중 ‘보랏빛 엽서’의 구성진 가락을 직접 흥얼거렸다. ‘오늘도 가버린 성도의 생각에/눈물로 써 내려간 얼룩진 일기장엔/다시 돌아올 성도 모습 기다리는 목자의 사연∼.’

―진짜 설교에서도 트로트를 하나.


“현장 예배가 재개될 때 성도들 들어오는 길목을 풍선과 깃발로 장식했다. 좋아하는 ‘보랏빛 엽서’로 마음을 전했다. 안 될 게 뭐가 있겠나? 설교도 올드 포맷만 고수할 필요 없다. 성도들과 마음을 나누지 못한다면 코로나 이후에 교회가 살아날 수 없다.”

―코로나19의 일상화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미국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단기 방역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가면서 물리적 방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비가 온다고 언제까지 방 안에 갇혀 숨어 지낼 수만 있겠나.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서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장기전으로 가면 무엇보다 경제가 중요하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서적 문화적 영적 종교적 방역이 필요하다. 교회가 그 순환의 펌프 역할을 해야 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교총 사회정책위원장#소강석 목사#예배 정상화#한국 교회 예배 회복의 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