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토끼’ 잡혀가고 잠시 잠잠하더니… 웹툰 불법 복제 다시 활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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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사이트 우후죽순 ‘풍선효과’

“하루 14시간씩 일주일 내내 작업해서 한 편을 올리면 한두 시간 만에 불법 사이트에 버젓이 떠돌아다녀요. 불법 도박이나 음란물 광고가 더덕더덕 붙은 채로요. 이런 걸 볼 때마다 웹툰을 계속 그려서 뭘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어요.”(20대 웹툰 작가 B 씨)

5월 국내 최대의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이 검거되면서 웹툰업계에는 ‘불법 웹툰 공유를 근절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밤토끼의 빈자리를 치고 들어와 피해 규모는 이미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업계에선 “이대로라면 한국 웹툰은 3년 안에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웹툰 산업 분석 업체인 웹툰가이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밤토끼 검거 직후인 6월 5억2904만 건까지 줄었던 불법 웹툰 사이트의 페이지 조회수(PV)는 3개월 만인 9월 다시 7억4810만 건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수준(7억5911만 건)을 회복한 것이다. 강태진 웹툰가이드 대표는 “밤토끼 검거 이후 소규모·신생 사이트들이 급성장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법 복제 사이트가 활개 친 후 2년 만에 수입이 3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젠 우울증 약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가 힘듭니다.”(30대 웹툰 작가 A 씨)

현재 운영 중인 곳만 200여 개로 추산되는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들은 유료로 게재된 웹툰을 자동으로 복사해 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대부분 해외에 적을 두고 있기에 운영진 검거가 어렵고 저작권 침해 신고로 차단돼도 금세 사실상 똑같은 사이트를 열어 운영을 재개한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12일 현재 유명 불법 사이트인 ××코믹스의 도메인 주소는 ‘https://××19.com’이었다. 차단된 후 유사 사이트를 열어 운영하기를 19차례나 반복했다는 뜻이다.

불법 사이트는 국내 웹툰 콘텐츠의 다양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웹툰 플랫폼들 사이에선 학원물 같은 남성 취향의 웹툰 작품에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불법 사이트 이용자 중 남성의 비중이 높아 남성 취향 웹툰은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순정물 같은 여성 취향의 웹툰이 더 선호된다”고 말했다. 불법 웹툰 감상을 범법행위로 여기지 않는 인식도 문제다. 김동훈 만화가는 8월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웹툰 작가가 들어가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조차 불법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불법 사이트에서 작품을 본 독자들이 팬레터를 보내오기도 한다”며 허탈해했다.

현재 불법 웹툰 사이트 차단은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심의한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재차 검토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 때문에 한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평균 2개월이 걸린다. 웹툰 업계에선 저작권 심의를 저작권 보호원으로 일원화해 차단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방심위에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제효원 사무국장은 “어느 쪽으로든 빨리 결론이 나 차단에 걸리는 기간이 줄어들기만을 바라는 게 만화가들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웹툰#밤토끼#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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