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 모차르트·마리너 헌사…정신 번쩍들게 만든 연주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8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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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모차르트(1756~1791)의 영롱함에 대한 헌사, 지휘자 네빌 마리너(1924~2016)경의 진중함에 대한 헌정.

피아니스트 손열음(32)이 7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친 ‘아마데우스’는 손끝으로 하는 트리뷰트였다.

모차르트 작품으로만 구성한 이날 공연에서 2부 메인프로그램으로 들려준 피아노협주곡 21번이 각별했다. 손열음은 2016년 4월 연주를 위해 한국을 찾은 마리너경, 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와 함께 이 곡으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 ‘아마데우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녹음하고 세계적으로 모차르트의 대가로 인정받는 마리너경과 ASMF, 그리고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연주자상 수상 이력의 손열음의 연주여서 클래식계는 들썩거렸다.

2년 만인 지난 4월 오닉스 레이블로 발매한 앨범 ‘모차르트’에도 마리너경이 지휘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함께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실렸다.

이달 2일 마리너경의 기일을 기억한 손열음은 뜻깊은 이 곡을 이날 지휘자 이규서가 이끈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OES)과 들려줬다. 손열음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자신감 넘치고 명료했는데, 사색이 더해졌다.

그녀가 좋아하는 작곡가와 존경하는 지휘자에게 헌정하는 무대라는 분명한 목적의식에 사로잡히기보다, 오히려 그 안에서 마음껏 사유하며 자유분방한 해석을 가했다. 그래서 손열음이 두 위대한 음악가로부터 받은 영감과 상상력으로 빚어내는 소리는 끓어오를 듯 뜨거웠지만, 넘치지는 않았다.

1부에서 선보인 피아노협주곡 8번에서 손열음은 피아노 독주의 다양한 얼굴을 선보였다. 부러 힘을 주지 않으면서도 생기 가득한 소리를 맑게 들려줬다.

각종 CF와 영화 등에 삽입되며 ‘엘비라 마디간 주제곡’으로 알려진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이 대변하듯, 모차르트는 비교적 듣기에 수월하다. 그런데 음표의 좌표는 영혼을 찾는 미로 같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달리 고뇌에 찬 일생을 보냈던 모차르트는 길 위의 삶을 살았다. 그의 음악은 영혼을 찾기 위한 여정과 같다. 모차르트의 영롱함을 건반 하나하나 정성들여 연주하는 손열음의 피아노 소리는 그 여정의 동반자였다.

대비되는 앙코르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르카디 볼로도스가 편곡한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에서 직렬 6기통 엔진을 실은 스포츠카처럼 질주하는 그녀의 연주는 모차르트의 고뇌, 마리너경에 대해 억누른 슬픔을 터뜨리는 듯했다. ‘강철나비’라는 표현은 이럴 때도 사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 앙코르인 모차르트의 피아노 4중주 1번 G마이너 2악장은 단조에서 내뿜어지는 정념이, 깜깜한 마음 동굴 속에 구금됐던 불안과 슬픔을 제단 앞에 무릎 꿇게 만들었다. 긴 터널 끝에서 밝은 빛이 쏟아졌다. 본 프로그램과 앙코르가 이렇게 기가 막히게 연결된 연주도 오랜만이다.

한편 ‘네빌 마리너경을 기리며’라는 부제를 단 이번 공연은 9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12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18일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 21일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23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25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을 거쳐 27일 고향인 원주 백운아트홀에서 마무리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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