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가족-공동체 붕괴에 직면한 현대인의 소외감 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제8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4>미국 소설가 리처드 포드

미국 소설가 리처드 포드는 현대 미국 사회를 날카롭게 통찰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가족, 결혼 등과 같은 인간의 삶에 기반이 되는 사회 제도의 붕괴와 그로 인한 상실과 냉소를 주제로 한 작품을 집필해 왔다. ⓒ Colin McPherson/Corbis
미국 소설가 리처드 포드는 현대 미국 사회를 날카롭게 통찰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가족, 결혼 등과 같은 인간의 삶에 기반이 되는 사회 제도의 붕괴와 그로 인한 상실과 냉소를 주제로 한 작품을 집필해 왔다. ⓒ Colin McPherson/Corbis
《리처드 포드는 그의 소설에서 결혼이나 가족, 공동체와 같은 사회 제도의 붕괴 아래 공허함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소외감을 주로 그린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미국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며, 미국 특유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지닌 지식인이다. 이들을 통해 작가는 사회 구조의 모순, 이혼으로 인한 소외, 이웃과의 소통 부재, 타인에 대한 무관심 등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

또한 등장인물의 심적인 변화를 따라 가족인 동시에 타인일 수밖에 없는 관계, 고립된 사회에서 개인의 문제점, 상실을 경험한 이의 냉소 등을 냉엄하게 짚어낸다. 그러나 그들이 상처 입거나 좌절했을 때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개는 마치 한 편의 심리소설을 읽는 듯한 사유에 빠져들게 한다.

포드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86년 소설 ‘스포츠라이터’가 같은 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베스트 북 5’에 들면서부터다. 이 소설은 부활절 주간에 일어난 아내와의 이혼, 친구의 자살 등 주인공을 둘러싼 일상이 붕괴하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아들의 죽음으로 냉혹한 삶의 진실과 마주한 그는 고정된 과거나 영원한 가치가 지배하는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구원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생은 항상 자연스럽거나 납득할 만하지 않으며, 삶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것이 소설의 결론이다.

후속작 ‘독립기념일’(1995년) 역시 독립기념일 휴가 기간 동안 일어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작가는 눈부시고 생생한 인생의 매 순간이 언제나 마지막일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여기서 이혼이나 가족 해체는 비단 미국만이 아닌,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공동 관심사임을 밝히고, 마침내 공동체라는 틀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 소설은 이른바 ‘현대인의 고뇌’라는 표제처럼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를 절묘하게 다뤘다. “20세기 자체를 다룬 스토리로서 작가는 특별하지 않은 한 인물을 통해 특별한 서사를 성취했다”(영국일간지 더 타임스)는 극찬은 물론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도 받았다.

프랑스 페미나상 외국소설상과 영국 카네기메달을 수상한 ‘캐나다’(2013년)는 한 평범한 소년이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파란만장한 삶의 경로를 전형적인 장편소설의 구조로 풀어냈다. 부모의 범죄로, 예기치 않게 국경을 넘게 된 15세 소년은 조만간 집으로 돌아갈 거란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청년, 장년을 지나 66세가 되도록 낯선 땅에서 삶의 무게, 시련과 좌절, 절망과 희망을 되풀이해서 겪는 슬픔을 그렸다. 더구나 작가는 현대 미국사회가 지닌 이기주의를 냉철하게 부각시킴으로써 “미국적인 작가” 또는 “미국적인 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평가받았다.

덕분에 미국 문학계가 한때 그를 존 업다이크(1932∼2009)나 윌리엄 포크너(1897∼1962)에 비견하려 하자 그는 단연코 거부하기도 했다. 그에게 문학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수단이며, 나는 이런 주제의식을 소설 속에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포드는 특출한 대화 표현 능력과 성찰이 가득한 잠언과 같은 문체를 바탕으로, 독자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촘촘하게 모색하면서 과거에 대한 집착보다 지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 리처드 포드는…

1944년 미국에서 태어나 기관사로 일했고 미 해병대에서도 근무했다. 미시간주립대와 어바인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하고 잡지 편집자, 대학 강사, 스포츠 기자로 일했다. 1976년 ‘내 마음의 한 조각’으로 데뷔했다. 장편소설 ‘절대적 행운’(1981년), ‘와일드 라이프’(1990년), ‘지형’(2006년)과 소설집 ‘록스프링’(1987년) 등을 발표했다. 동시대 미국 작가 가운데 “가장 미국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세기 소설가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
#박경리문학상#리처드 포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