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여성의 사랑과 우정… 南소설가 6인이 그린 평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단편소설 모음집 ‘안녕, 평양’ 출간
문학적 시각으로 바라본 ‘금단의 땅’… 성석제-공선옥-김태용 등 참여

남북통일농구대회가 있었던 지난달 6일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앞 북한 안내원들의 모습. 아래 사진은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평양 시민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통일농구대회가 있었던 지난달 6일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앞 북한 안내원들의 모습. 아래 사진은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평양 시민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과 평양을 소재로 한 소설집 ‘안녕, 평양’(엉터리북스)이 출간됐다. 성석제와 공선옥 김태용 정용준 한은형 이승민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 6인이 쓴 단편을 묶었다. 제한적인 경로로만 접할 수 있던 북한 사회를 문학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태용 소설가의 ‘옥미의 여름’은 2023년 북한 최고 여성 과학자와 연구원, 그리고 서울에서 온 여성 기자의 만남과 우정을 그렸다. 김 작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학문적 열망과 예술적 기호에 심취한 북한 지식인의 모습을 상상했다. 앤디 워홀의 작품을 프린트한 면 티셔츠를 입은 키 170cm의 리현심 박사는 “평양에서 가장 스마트하고 힙한 할머니”다. 미래과학자거리와 려명거리, 류경호텔 등 낯선 평양을 배경으로 재기발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북한 여인의 사랑과 욕망을 그린 이승민 소설가의 ‘연분희 애정사’도 흥미롭다. 매너리즘에 빠졌던 신문기자 ‘나’는 금강산 관광 취재에 나섰다가 북한 공연단 배우 연분희를 인터뷰한다. 연분희가 들려주는 공연단 단장과의 사랑 이야기에 ‘나’는 “흐르는 강을 보며 낭만을 느끼고 달리는 차 안에서 도시의 정취를 달달한 음료수처럼 빨아들이는 감성이 그쪽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왜 그토록 당연하게 무시했을까”라고 반성한다. 그러나 몇 년 뒤 귀순한 단장은 연분희가 출세와 부를 위해 사랑을 버리고 부위원장을 유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울 출신 어머니와 북한 출신 아버지를 두었지만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인공이 평양을 방문하는 소설도 있다. 한은형 작가의 ‘샌프란시스코 사우나’는 복잡한 집안 배경을 지닌 주인공을 통해 동독과 서독, 남한과 북한, 어머니와 연인으로 대변되는 환상과 현실을 보여준다. 계약직 노동자와 북한 이주민 남성의 시선으로 그들의 남루한 일상을 그린 ‘세상에 그런 곳은’(공선옥)과 간첩으로 내몰린 뱃사람의 이야기 ‘매달리다’(성석제), 인디 가수와 북한 간첩단의 웃지 못할 동행을 다룬 ‘나이트 버스’(정용준)도 수록돼 있다.

백영옥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겠지만 어느 시절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문학적 시각에서 다룬 그곳은 더 이상 ‘금단의 땅’이 아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안녕 평양#북한#성석제#공선옥#김태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