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장애인과 非장애인… 편견과 차별의 벽을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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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이라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기를 쓰고 추구하지만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환영 같은 거야. ―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해릴린 루소·책세상·2015년) 》
 
아침 출근길마다 마주치는 노인이 있다. 회색 셔츠와 베이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목에는 수건을 두른 그는 한 손에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다른 손에 스피커형 라디오를 든 채 아침 산책을 즐겼다. 그를 볼 때마다 ‘대단한 분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해릴린 루소의 ‘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를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해릴린 루소는 장애인 인권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이다. 동시에 심리치료사이면서 화가이기도 하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장애를 향한 세상의 편견과 차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그녀는 사람들에게 “나를 대단하다고(inspirational) 하지 말라”고 외친다.

그녀는 사람들이 대부분 장애인들의 장애를 ‘다름’이 아니라 그가 갖는 한계 혹은 오점으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에 항상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인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그랬다. 매일 아침 산책을 즐기는 시각장애인 노인을 보며 ‘대단하다’고 여겼던 데에는 ‘앞도 잘 보이지 않는데 저렇게 매일 운동을 하다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저자는 이 같은 생각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고 타자(他者)화하는 선긋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같은 선긋기가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 행위일 수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책의 말미에서 루소는 자신에게 쓴 편지를 통해 “정상(正常)이라는 개념은 완벽과도 같이 실체 없는 환영과 같은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닌, 정상인과 장애인의 범주로 사람들을 구분해 온 사람들, 혹은 장애라는 다름을 편견과 차별로 인식해 온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장애인#편견#차별#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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