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도 날 수 있다”… 불가능에 맞선 용감한 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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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데이비드 매컬로 지음/박중서 옮김/502쪽·2만 원·승산
◇비행의 발견/마크 밴호네커 지음//나시윤 옮김/530쪽·1만6500원·북플래닛

1903년 12월 17일 오전 10시 35분 세계 최초로 지속적인 동력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호’가 이륙하는 모습. 동생 오빌이 조종하고 형 윌버가 옆에서 달렸다. 사진은 존 T 대니얼스가 촬영했다. 승산 제공
1903년 12월 17일 오전 10시 35분 세계 최초로 지속적인 동력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호’가 이륙하는 모습. 동생 오빌이 조종하고 형 윌버가 옆에서 달렸다. 사진은 존 T 대니얼스가 촬영했다. 승산 제공
라이트 형제만큼 ‘늘 갈망하라, 늘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 잘 어울리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라이트 형제는 잡스보다 앞선 시대의 인물이지만 그들의 삶은 유사한 점이 많다. 라이트 형제가 자전거포를 열기 전 동생 오빌 라이트는 1889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집 뒤에 있는 마구간에서 인쇄소를 창업해 형과 함께 지역 신문을 운영했다. 잡스도 부모의 차고에서 스무 살 때 애플을 설립했다. 그들 모두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끊임없이 도전해 세상을 바꿨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3억 명의 승객이 비행기로 6조 km가 넘게 여행했다. 이 같은 일은 1899년 라이트 형제 중 형 윌버가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에 보낸 편지에서 비롯됐다. “인간의 비행은 가능하고 또 실용적이라는 저의 확신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이 주제에 관해서 … 논문들을 제공받기를 희망하며….”

당대 비행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괴짜나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실제로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뛰어들기 전까지 50여 년 동안 유치찬란한 비행기계들이 줄을 이으며 웃음거리가 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인간이 날아다닐 수 없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동력 없이 활공하는 기계를 실험했던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이 실험 중 사고사한 게 1896년이다. 라이트 형제는 두려움과 조롱을 딛고 1903년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외딴 곳 아우터뱅크스의 키티호크 마을에서 첫 동력비행에 성공했다.

책 ‘라이트 형제’는 치밀하게 라이트 형제의 인간적인 면을 추적해나가면서 관련 문서, 일기, 가족간에 오간 편지 등 기록으로 드러난 사실만 호들갑 없이 기술한다. 그럼에도 거센 바람이 부는 어촌 키티호크의 모래언덕에서 고군분투하는 형제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오하이오 주 데이턴의 라이트 형제의 집 구조를 묘사하면서는 “옆집과의 거리는 60cm”라고 쓰는 등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미국 대통령의 전기 ‘트루먼’과 ‘존 애덤스’로 퓰리처상을 2번이나 받았다.

진취적인 당대 미국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라이트 형제의 성공은 천재성과 성실성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도움에서 가능했다.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외지인들에게 도움을 아끼지 않은 키티호크의 주민들, 자신의 연구를 뒤집는 내용이 담긴 윌버의 강연문을 ‘무서울 만큼 훌륭한 논문’이라고 평가하며 도운 토목공학자 옥타브 샤누트, 일찌감치 라이트 형제의 천재성과 비행기계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허프먼 평원에서 목격한 형제의 비행을 자신의 잡지에 알린 사업가 에이머스 루트 등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라이트 형제 같은 이들이 있다면 이런 호의를 기대할 수 있을까. 투자 조건으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한다거나(라이트 형제는 고교 졸업장이 없다), 아이디어를 도용당한다거나 하는 일을 겪지나 않을지.

‘비행의 발견’은 경영 컨설턴트였다가 어릴 적 파일럿의 꿈을 이루기 위해 비행 교육을 받고 영국 항공의 선임 부기장으로 일하는 저자의 책이다. 비행의 물리적 측면뿐 아니라 조종사로 일하며 느끼는 감성적인 세계를 담았다. 비행의 로망을 잊지 않은 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라이트 형제#데이비드 매컬로#비행의 발견#마크 밴호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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