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무거움’을 벗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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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관객 눈높이 맞추기 다채
바이올리니스트가 피아노 치고 연주하다 말고 아리랑 합창
지휘자가 한국어 인사말 하기도

한국어로 인사한 쾰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프랑수아그자비에 로트(왼쪽 사진 가운데)와 앙코르 때 깜짝 피아노 연주를 선사한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오른쪽 사진 왼쪽). 빈체로 제공
한국어로 인사한 쾰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프랑수아그자비에 로트(왼쪽 사진 가운데)와 앙코르 때 깜짝 피아노 연주를 선사한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오른쪽 사진 왼쪽). 빈체로 제공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독일 쾰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 앙코르가 시작되기 전 지휘자 프랑수아그자비에 로트가 메모지를 들고 지휘대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밤입니다. 앙코르를 준비했습니다.” 해외에서 온 유명 지휘자가 어설픈 한국말로 인사하자 관객은 그 어느 때보다 열광했다.

최근 클래식 공연이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벤트로 관객의 ‘눈’까지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도 뛰어난 연주뿐만 아니라 독특한 이벤트로 화제를 모았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4악장 연주 도중 남성 단원들이 악기 연주 대신 노래를 한 것. 앙코르 때는 여성 단원들이 합창으로 드보르자크의 ‘모라비아 듀엣’을 불렀다. 두 번째 앙코르 때는 모든 단원들이 악기를 내려놓고 일어나 ‘아리랑’을 합창했다.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한 관계자는 “공연 당일 지휘자 이반 피셰르가 갑자기 아리랑 악보를 요구해 합창단에서 빌려왔다”고 말했다.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지난해 12월 무대도 예상 밖의 이벤트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공연이다. 하이든의 교향곡 ‘군대’ 마지막 악장에서 무대가 아닌 객석 1층 출입문이 열리더니 길거리 악단을 떠올리게 하는 타악기 연주자 네 명이 등장했다. 이들은 ‘We ♥ KOREA’라는 글자가 새겨진 큰북을 앞세워 군악대처럼 행진해 관객 2000여 명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클래식 팬들은 지난해 10월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의 공연도 잊지 못한다. 피셔는 앙코르 연주 도중 헝가리 무곡 제5번에서 피아니스트로 변신했다. 피아노 연주자 옆에 나란히 앉아 흥겨운 연주를 펼쳐 보였다. 클라리넷 연주자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도 리사이틀에서 앙코르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서울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이 앙코르 연주 때 객석에서 관객처럼 앉아 연주를 지켜보는 깜짝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최근 경향에 대해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젊은 관객을 잡기 위해 공연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많은 음악인들이 다채로운 이벤트를 여는 추세다. 관객의 호응도 좋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독일 쾰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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