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과연 다른 생명을 난도질할 권리가 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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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유일 희곡 ‘인간’

연극 ‘인간’에서 두 남녀가 알 수 없는 먹거리를 발견한 후 조심스럽게 맛보고 있다. 그룹에이트 제공
연극 ‘인간’에서 두 남녀가 알 수 없는 먹거리를 발견한 후 조심스럽게 맛보고 있다. 그룹에이트 제공
 연극 ‘인간’은 지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적인 작품이다. 그가 쓴 유일한 희곡이기도 하다. 핵폭탄이 터져 지구가 사라지고 겨우 살아남은 인간은 화장품 회사 연구원 라울과 서커스단 호랑이 조련사 사만타. 다른 은하계에서 외계 생물체가 기르는 ‘애완 인간’이 돼 버린 이들은 인류가 존속돼야 하는지를 놓고 팽팽한 논쟁을 벌인다.

 베르베르 특유의 기발한 시각과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돼 연극을 보는 내내 그의 체취를 진하게 느끼게 만든다. 필요해서, 혹은 호기심 때문에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게 저질렀던 짓이 부메랑이 돼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음을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대사를 듣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다른 생명을 난도질할 권리가 있는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블랙버드’ ‘거미 여인의 키스’ 등을 선보였던 문삼화 연출가가 각색도 맡았다.

 주제는 무겁지만 연극은 경쾌하고 발랄하게 진행된다. 유머 장치도 촘촘히 배치해 부담 없이 연극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적당하다. 베르베르의 팬이라면 그의 작품을 시각으로 만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을 기대한 이에게는 다소 가볍다는 느낌을 줄 것 같다.

 남녀 배우 2명이 한 번도 퇴장하지 않고 숨 고를 틈 없이 90분을 끌고 가기에 배우의 기량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사가 쉼 없이 쏟아지는 데다 둘이 토닥거리고 다투며 가벼운 몸싸움까지 벌인다. 배우에겐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라울 역은 고명환, 오용, 박광현, 전병욱이, 사만타 역은 안유진, 김나미, 스테파니가 맡았다. 기자가 관람했을 때 무대에 선 오용, 안유진은 캐릭터에 무리 없이 잘 녹아들었다.

 간결한 무대 장치는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분위기를 깔끔하게 연출했다.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3월 5일까지, 3만4000∼4만9000원, 1577-3363. ★★★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극 인간#베르나르 베르베르#문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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