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자연사에 대한 욕망이 유럽을 발전시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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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의 서구 조선의 열대’ 펴낸 이종찬 아주대 의대 교수

이종찬 아주대 교수는 열대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 콩고 강과 빅토리아 호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쿠바 아바나, 인도 벵골 등을 누볐다. 사진은 아마존 열대우림이 시작되는 페루를 2013년 탐방하는 모습이다. 이종찬 교수 제공
이종찬 아주대 교수는 열대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 콩고 강과 빅토리아 호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쿠바 아바나, 인도 벵골 등을 누볐다. 사진은 아마존 열대우림이 시작되는 페루를 2013년 탐방하는 모습이다. 이종찬 교수 제공
 근간 도서 ‘다윈의 정원’(장대익 지음·바다출판사) 초판에는 ‘Birds of John Gould(존 굴드의 새)’라는 흥미로운 책이 딸려 있다. 책에는 열대지방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서식하는 새들의 화려한 색깔과 자태가 담긴 도판들이 실렸다. 도판을 그린 영국의 조류학자 존 굴드(1804∼1881)는 진화론 성립에 기여했지만 서구인들의 생물지리적인 탐험은 지식 탐구에서 멈추지 않았다.

  ‘열대의 서구 조선(朝鮮)의 열대’(서강대출판부)를 최근 낸 이종찬 아주대 의대 및 열대학연구소 교수(59)로부터 열대지방과 서구적 근대의 관계를 들어 봤다.

 “18세기 말∼19세기 초 지구적 열대 해양무역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카리브 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집니다. 영국의 국력이 스페인 네덜란드를 넘어선 것도 카리브 해의 식물과 동물, 광물을 무역 상품으로 만든 덕분이었죠. 유럽 각국이 제국으로 도약한 힘은 열대 자연사(自然史)와의 ‘식민적 문화융합’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또 “유럽은 열대 자연사에 대한 지식을 경쟁적으로 공유하면서 열대를 식민화하려는 제국적 욕망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책은 한 장(章)을 할애해 열대와 한반도의 관계를 조명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반도와 열대지방의 해양 무역은 고려 시대까지 지속되다가 조선 시대 들어 단절됐다. 반면 일본은 난학자(蘭學者)들이 네덜란드를 통해 열대 동식물과 광물이 부의 증진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중화적 세계관과 결별했다.

 “조선의 여러 실학자들이 박물학에 관심을 뒀지만 저술을 찾아봐도 그림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 유럽의 박물학 서적은 항상 도판이 등장하지요. 그건 생각보다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유럽은 도상학을 통해 인식이 확대되자 열대의 자원을 해양 무역 상품으로 만들고 자본을 축적했거든요.”

 서구의 주요 사상도 열대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바탕이 된 루소를 봅시다. 그는 제임스 쿡 선장 등이 열대지방에서 데리고 돌아온 부족장을 만난 뒤 그들이 서구인보다 더 계몽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인간불평등 기원론’을 씁니다.”

 의학사와 의료사회학, 의료인류학 등을 강의하는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학을 병원 치료 차원에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선진국은 주요 의대가 의학사(史)를 반드시 가르치는 등 질병을 전체 자연사의 한 분야로 연구한다”고 했다.

 “조류인플루엔자를 한국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하지요. 하지만 보건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서구는 열대를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열대의 질병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적용했지만 한국은 그런 경험이 없으니 통합적 대응이 부족한 거지요. 열대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다윈의 정원#열대의 서구 조선의 열대#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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