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보다 돋보인 백밴드… 얌전해진 ‘어둠의 제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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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공연 링고 스타… 8년만의 무대 메릴린 맨슨

《 민어를 넣은 부대찌개가 있다면 꼭 이랬을 것 같다. 커다란 민어의 시각적 존재감이야 무시할 수 없지만 국물 맛은 다른 재료에서 다 우러난 찌개. 5일 밤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비틀스 전 드러머 링고 스타(본명 리처드 스타키·76)의 첫 내한공연에선 주인공보다는 함께한 올스타 밴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앞서 4일 밤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펼친 8년 만의 내한공연에서 로커 메릴린 맨슨(본명 브라이언 워너·47)은 ‘나잇살’을 보여줬다. 기괴하고 파격적인 무대 연출은 자제하되 음악 역량은 건재함을 보여줬다. 》
링고 스타가 5일 밤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무대에 올라 객석을 향해 사랑과 평화를 뜻하는 손 인사를 하고 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링고 스타가 5일 밤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무대에 올라 객석을 향해 사랑과 평화를 뜻하는 손 인사를 하고 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링고 스타보다는 올스타 밴드

 링고 스타는 이날 비틀스 명반 ‘Revolver’ 표지가 그려진 티셔츠 위에 정장을 받쳐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 양손 엄지와 검지를 치켜드는 특유의 ‘사랑과 평화의 인사’를 하며 무대에 올랐다. 무대엔 두 대의 드럼이 놓였다. 베테랑 드러머 그레그 비소넷이 오른편에 자리했고 가장 높은 자리에 설치된 드럼에는 링고를 상징하는 검은 별이 그려져 있었다. 링고는 무대 전면에서 노래를 부르다 드럼으로 이동해 북을 두드리곤 했다.

 2시간 동안 연주한 25곡 중 비틀스의 곡(리메이크 포함)은 8개에 그쳤다. ‘Matchbox’ ‘What Goes On’ ‘Boys’ ‘Don't Pass Me By’ ‘I Wanna Be Your Man’ ‘Act Naturally’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Yellow Submarine’.

 그는 첫 곡 ‘Matchbox’(비틀스·원곡 칼 퍼킨스)를 포함한 11곡을 직접 불렀다. 그중 2곡, ‘Boys’(비틀스·원곡 시렐스)와 ‘Back Off Boogaloo’(링고 스타)는 드럼을 치면서 불렀다. 하체가 보일 정도로 높은 드럼 의자, 베이스드럼 위에 놓인 하이햇을 오른손으로, 스네어를 왼손으로 번갈아 두드리는 모습이 비틀스 시절과 똑같았다.

 토드 런그렌을 비롯해 토토(기타 스티브 루카서), 산타나(키보드 그레그 롤리), 미스터 미스터(베이스기타 리처드 페이지)의 멤버로 구성된 올스타 밴드가 눈부셨다. ‘Rosanna’ ‘Africa’ ‘Black Magic Woman’ ‘Kyrie’ ‘Hold the Line’ 같은, 비틀스와 상관없는 1970, 80년대 명곡들에 연주자들의 화력이 총동원됐다. 화려한 소리의 향연이 객석을 즐겁게 했다. 특히 루카서와 비소넷의 불꽃 튀는 연주는 링고의 존재를 깜빡 잊게 할 정도였다. 링고 스타와 올스타 밴드의 결합은 중장년 팝 팬들을 두루 모을 만한 영민한 기획이었다.

 링고 스타가 한 번도 혼자 드럼 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비소넷과 함께, 비소넷이 치는 음표 수의 절반쯤 되는 리듬을 설렁설렁 두드렸다. 그나마 링고가 치는 소리는 스피커로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 (10점 만점에 6.4점)

1990년대 미국 쇼크 록(shock rock)의 대부 메릴린 맨슨이 4일 밤 서울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노래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1990년대 미국 쇼크 록(shock rock)의 대부 메릴린 맨슨이 4일 밤 서울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노래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 충격이 일상이 된 시대 맨슨은 평범한 직업인?


 넉넉하게 오른 얼굴 살, 남산같이 솟은 배…. 맨슨은 외모에서부터 8년 전 방한 때와 달랐다. 그때처럼 성경을 연상시키는 책을 불태우거나 연방 마이크로 자기 머리를 두들기지 않았다. 식칼 모양의 마이크, 기이한 분장은 그때와 비슷했다.

 무대 배경엔 쌍십자가 15개의 그림자가 도열했다. ‘Deep Six’를 부를 때는 맨슨의 얼굴과 숫자 ‘666’이 새겨진 대형 달러 화폐로 배경이 바뀌었다. 마이크 스탠드를 발로 차버리거나 연주하던 탬버린을 객석에 던지고 무대에 침을 뱉는 행동은 여전히 맨슨다웠다. ‘Irresponsible Hate Anthem’을 부르기 전에는 “위 헤이트 러브, 위 러브 헤이트!” 하는 구호로 객석을 선동했다. 퍼포먼스는 얌전해졌지만 노래와 연주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맨슨이 마지막으로 방한했던 2008년, 레이디 가가가 데뷔했다. 충격과 자극이 일상이 된 시대, 맨슨은 그저 묵묵히 가던 길을 가는 중년 직업인이었다. ♥♥♥ (10점 만점에 6.2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링고 스타#메릴린 맨슨#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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