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본질을 직시하고 그 미래를 엿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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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프레스투어로 미리보기

독일 작가 미하엘 보이틀러의 ‘대인 소시지 가게’. 광주 대인시장 과일가게의 포장용 망과 종이를 모아 이 지역 학생들과 함께 제3전시실에 보병 진지를 쌓듯 만들었다. ‘영역’을 표제로 내건 이 전시실의 다른 작품도 저마다의 공간 경계 긋기를 시도했다. 광주=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독일 작가 미하엘 보이틀러의 ‘대인 소시지 가게’. 광주 대인시장 과일가게의 포장용 망과 종이를 모아 이 지역 학생들과 함께 제3전시실에 보병 진지를 쌓듯 만들었다. ‘영역’을 표제로 내건 이 전시실의 다른 작품도 저마다의 공간 경계 긋기를 시도했다. 광주=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큐레이터 팀이 내세운 이 낯선 말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길 권한다. 큐레이터는 그저 개인적인 해석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미술 전시의 알맹이와 주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작가’임을 이번 비엔날레는 확인시킨다.

1일 오후 언론 대상 설명회를 통해 공개한 전시실의 모습은 풍성하고 여유로웠다. 특정한 시각으로 관람객의 사유를 몰아가려는 조급한 의도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넉넉한 자율성을 확보한 37개국 작가 120명(101개 팀)이 관람객에게 흥미로운 발상의 편린 더미를 제공한, 모처럼의 성찬이다.

제1전시실에 놓인 노르웨이 작가 마티아스 팔바켄의 ‘중복된 조각들’.
제1전시실에 놓인 노르웨이 작가 마티아스 팔바켄의 ‘중복된 조각들’.
참여 작품은 회화 설치 영상 등 252점에 이른다. 지역사회 소통 활성화를 추구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벌여 온 스웨덴 출신의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50)은 비엔날레전시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행사장뿐만 아니라 동주민센터, 대학 캠퍼스, 거리 전광판 등을 전시 공간 또는 매개물로 활용했다. 그는 “한눈에 각인되는 강렬한 이미지나 대형 구조물보다는 만화경(萬華鏡)을 닮은 다층적 공간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엔날레전시관 5개 전시실에서 의도적으로 작품별 전시 영역을 구분하는 가벽을 없앤 것이 도드라진다. 처음에는 대충 흩뿌린 듯 휑해 보이지만 걸음을 옮길수록 차츰 시선의 리듬이 유연하게 이어지도록 배려한 디테일이 읽힌다.

백미는 암실(暗室)을 연상시키는 제2전시실이다. 중대형 영상작품 17점을 듬성듬성 배치한 널찍한 공간에 작은 보조 조명 하나 두지 않았다. 오로지 작품 스스로 발하는 빛에만 의지해 관람객 각자가 나름의 동선(動線)을 더듬어 찾아 움직이도록 했다. 잠시 당황하다가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지고 나니 개별 영상 작품에 대한 존중의 흔적이 보인다. 독립 별실이 아닌 공간에서 다양한 영상 작품을 한번에 돌아볼 수 있다. 익숙하진 않지만 편안하다. 덴마크 작가 마리 퀠베크 이우에르센의 ‘거울 치료’, 프랑스 작가 필리프 파레노의 ‘삶에 존재하는 힘을 넘어설 수 있는 율동적 본능을 가지고’가 눈에 띈다.

광주지역의 고유한 스토리를 끌어들여 제작한 작품으로는 독일 작가 미하엘 보이틀러가 시장에서 과일 담는 망과 종이를 모아 지역 거주 학생들과 함께 진지 쌓아 올리듯 만든 ‘대인 소시지 가게’, 5·18민주화운동의 주요 거점이었던 서점 공간을 재현한 스페인 작가 도라 가르시아의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 출품됐다. 062-608-4114
 
광주=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제11회 광주비엔날레#미하엘 보이틀러#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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