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4>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아프리카의 토착적 감수성, 서정적 필치로 전달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는 “작가란 마음의 의사요, 공동체의 영혼”이라고 믿는다. 그는 이 신념을 갖고 소설에서 식민 지배 전후의 케냐 사회를 고발해 왔다. 동아일보DB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는 “작가란 마음의 의사요, 공동체의 영혼”이라고 믿는다. 그는 이 신념을 갖고 소설에서 식민 지배 전후의 케냐 사회를 고발해 왔다. 동아일보DB
《제6회 박경리문학상의 네 번째 후보는 케냐의 응구기 와 시옹오(78)다.

케냐는 영어가 공용어이지만, 응구기 와 시옹오는 부족어인 키쿠유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모든 작가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언어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 그이다. 문학적 고집은 작가의 작품을 더욱 빛나고 개성 넘치게 한다.

그는 현재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는 소설가다. 김지하의 ‘오적’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응구기 와 시옹오의 작품 세계를 최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이 소개한다.》

 
응구기 와 시옹오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케냐 출신의 아프리카 작가다.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에서 자랐고 청년 시절인 1963년 케냐의 독립을 본 작가답게 그의 작품들은 케냐, 더 나아가 아프리카의 역사적 현실과 분리할 수 없다. 그는 아프리카의 신산스러운 역사를 닮아 투옥과 유랑으로 점철된 삶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굵고 진한 역사적 서사를 밑에 깔고 있는 그의 작품은 매우 섬세하며 서정적이다. 아프리카의 구전문학과 토착적 문화 전통의 감수성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그의 소설 미학은 매우 현대적이다. 그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담아내기에 적합한 존재의 내면적인 묘사와, 개인사가 역사적 사건과 필연적으로 중첩되는 박진감 있는 서사를 변주해 현대 아프리카의 복합적인 현실을 구현해 낸다. 작가는 1960년대부터 영어와 함께 그의 종족 언어인 키쿠유어와 스와힐리어로 작품을 쓴다.

그의 대표작 ‘한 톨의 밀알’과 ‘피의 꽃잎들’은 독립 후 격변기의 케냐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성경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한 톨의 밀알’은 케냐의 독립투쟁 과정에서 키히카라는 청년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배반과 함께 배반자들의 죄의식 문제를 담았다. 작가는 이 내용을, 역설적이게도 매우 시적인 내적 독백으로 시종일관 이끌어 간다. 인물과 그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는 이 작품은 케냐의 독립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내면에 많은 부분을 할애해 도덕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한 나라의 진정한 독립과 해방은 물론 한 인물의 삶에 일어나는 사건들의 해결은 궁극적으로는 도덕적인 회복에서 완결되는 것임이 드러난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는 케냐의 진정한 독립이자 해방이다. 아프리카의 현실을 현상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한 여타의 아프리카 작품들과 그의 작품이 구별되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피의 꽃잎들’은 독립된 케냐의 현실을 다뤘다. 식민주의의 여파와 제국주의의 잔재가 케냐의 작은 마을 일모르그를 어떻게 사회적·윤리적으로 초토화시키는지를, 신도시 개발 과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 지역 정치계의 거물 세 명이 방화 사건으로 죽는다. 경찰은 그 마을에 꿈을 가지고 교장으로 부임한 무니라에게 지난 사건의 기록을 맡긴다. 작품은 복잡한 기억의 구조를 동원해 일기 형식으로 과거를 반추하며 방화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구조를 택한다. 그러나 범인을 가려내는 일이 이 글의 목적이기에는 작품의 서사가 매우 느리다. 작가는 결국 진정한 범인은 일모르그 사람들이 꾼 꿈의 좌절임을 드러낸다. 작가의 강점인 인물들의 내면적 사색이, 일모르그를 더 나은 곳으로 변모시키고자 외지에서 정착한 인물 네 명의 관계를 통해 투영된다.

작가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의 성찰과 양심의 문제, 그들의 희망의 이유를 부각시킨다. 작품을 진전시키는 진정한 동력은 구성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살았던, 자연과 전통과 혼연일체가 될 수 있었던 공동체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과 그 회복에 대한 소망이다. 그로 인해 응구기 와 시옹오의 작품은 시종일관 실패와 좌절의 어두운 사건들을 서술함에도 불구하고, 그 어둠에 묻히지 않고 감각적이면서도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빛을 낸다.

최윤 소설가·서강대 교수 
●응구기 와 시옹오는…
 
1938년 케냐 나이로비 인근 카미리투에서 태어났다. 당시 케냐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영국 리즈대에 입학한 1964년에 첫 소설 ‘울지 마, 아이야’를 발표했다. 1967년 ‘한 톨의 밀알’을 출간하고 나이로비대 교수로 부임했다. 1977년에 신식민주의자 문제를 파헤친 역작 ‘피의 꽃잎들’을 발표한 후 독재 정권에 의해 투옥됐다. 결국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22년 만인 2004년 케냐로 갔으나 괴한의 습격을 받아 아내가 성폭행당하는 사건을 겪었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로터스 문학상, 미국비평가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에는 소설 ‘울지 마, 아이야’ ‘한 톨의 밀알’ ‘피의 꽃잎들’, 강연록 ‘중심 옮기기’가 나와 있다.
#박경리문학상#응구기 와 시옹오#한 톨의 밀알#피의 꽃잎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