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인간 존엄성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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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맨부커상 수상]“좋은 번역자-편집자 덕분에 수상
한국문학에 좋은 일 더 많이 생길것… 제자리 돌아가 읽고 쓰는 생활 계속”

ⓒ김병관
17일(현지 시간) 이른 아침에 연락이 닿았다. 시상식 다음 날이었다.

한강 씨(46·사진)는 “(수상을) 예상하지 않았다”면서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채식주의자’에 대해 “인간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고, 인간이 되기를 거부한 여성의 이야기”라면서 “이때의 인간은 폭력을 저지르는 인간을 말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이 어떻습니까.


“매우 놀랍고 기쁩니다. 번역자인 데버러 스미스와 함께하는 상이어서 더 기뻐요.”

―수상을 기대했는지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내년 11월에 새 소설 ‘흰’이 영국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입니다. 편집자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서 겸사겸사 가벼운 마음으로 왔습니다.”

―자신의 작품의 어떤 부분이 심사위원들에게 호소력을 가졌다고 보는지요.

“좋은 번역자와 편집자를 만난 덕분입니다. 한국문학에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채식주의자’를 “인간이 되기를 거부한 여성의 이야기”로 소개했는데요.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식물이 되려고 합니다. 이 극단적인 서사를 통해 저는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려고 했습니다. 어려운 질문이지요. 인간에 대한 질문은 저에게 중요한 것이라서 앞으로도 계속 질문하면서 써 나가고 싶습니다.”

―폭력성에 대한 저항이 주요 메시지인가요.

“인간의 폭력에 대한 고통이 이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우리가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향하게 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년이 온다’를 쓴 후 더욱 그 고민을 더듬어 가게 됩니다. 인간의 폭력에 우리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어떤 출발점이자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소년…’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와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담은 소설로 올 초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국내외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저는 한국문학을 읽으면서 성장했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아주 훌륭하고 좋은 작가들이 많습니다. 이 시간에도 자신의 글을 쓰고 있는 한국의 동료 작가들, 선후배 작가들을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한국문학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쁨을 독자들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시상식이 막 지났는데 지금은 어떤 마음인가요.

“어서 제 자리로 돌아가서 읽고 쓰는 생활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게 제일 중요한 건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것인가, 입니다. 다음 주에 새 책이 출간돼요. 제목은 ‘흰’입니다. 배내옷, 달떡, 안개, 눈보라 등 세상의 흰 것들에 대해 쓴 책이에요. 산문과 시와 소설의 경계에 있는 책인데, 저는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컬래버레이션으로 전시회도 열 예정입니다.”

런던=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김지영 기자
#한강#맨부커상#번역자#편집자#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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