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짧게… 더 알차게… 모바일 웹콘텐츠 ‘1분의 미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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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6초광고 ‘범퍼’ 공개 이어… 2∼4분 길이 웹 드라마도 화제몰이
“골든타임 1분 넘으면 이탈자 발생”… SNS 동영상 극단화 현상 가속

‘72초TV’에서 만든 초 웹드라마 ‘두 여자’의 한 장면. 두 여성이 만담(漫談)처럼 주고받는 대화로 4분 내의 짧은 이야기를 전개한다. 네이버 TV캐스트 화면 캡처
‘72초TV’에서 만든 초 웹드라마 ‘두 여자’의 한 장면. 두 여성이 만담(漫談)처럼 주고받는 대화로 4분 내의 짧은 이야기를 전개한다. 네이버 TV캐스트 화면 캡처
짧게, 더 짧게….

미니스커트 얘기가 아니다. 점점 그 길이가 줄어드는 모바일 기기의 웹 콘텐츠 말이다.

유튜브는 지난달 26일(미국 현지 시간) 6초 광고 포맷인 ‘범퍼’를 새로 공개했다. 기존 웹 동영상 광고 대부분을 차지한 ‘트루뷰’가 광고 길이와 무관하게 5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광고 건너뛰기가 가능했던 반면, 범퍼는 스킵이 불가능해 6초 동안 봐야 한다. 광고 제작자들에게는 ‘15초의 미학’이라고 불렸던 기존 광고보다 더 짧지만 볼만한 광고를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것. 범퍼에 대해 잭 루페이 유튜브 상품매니저는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이상적인 광고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웹드라마는 60분 내외 TV 드라마를 10분으로 줄여 ‘스낵 컬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웹 콘텐츠 제작사 ‘72초TV’가 만든 2∼4분짜리 ‘초 웹드라마’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랩을 떠올리는 리듬감 있는 짧은 대사에 기승전결이 명확한 에피소드를 넣어 볼 맛을 살렸다.

72초TV 관계자는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모바일) 사용자의 기호에 맞춰 음악에 이야기를 맞추는 뮤직비디오 제작법 등을 접목했다”고 말했다.

평소 웹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직장인 이모 씨(30)는 “전화, 메시지, 이메일 등에 시달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중간에 끊을 일 없는 초 웹드라마는 오롯이 집중해서 보기 좋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1분 30초짜리 코믹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던 약사 고퇴경 씨(26)는 입소문을 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인이 됐다. 과거 온라인에서 긴 글을 올릴 때 일부 커뮤니티의 문화로 여겨졌던 ‘세 줄 요약’은 긴 콘텐츠를 쉽게 이해시키는 일반화된 ‘매너’가 됐다.

웹 콘텐츠에서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동영상 길이, 즉 ‘골든타임’ 찾기도 치열하다. 유튜브는 재생 시간이 4분보다 긴 영상은 1분이 지나면 이탈자 비율이 높아진다는 분석을, 페이스북은 인기 동영상의 평균 시청 시간은 약 1분 30초라는 분석을 내놨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올해 3월 지나치게 짧은 사용자 업로드 동영상 길이를 15초에서 1분으로 조정했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모바일에 맞는 생활습관이 정착됨에 따라 사람들의 사고, 언어, 호흡 자체가 짧아지고 있다”며 “군더더기를 없앤 콘텐츠의 ‘극단(短)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웹드라마#72초tv#극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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