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주제 이색 SNS 인기몰이]이 대사 실수, 나만 알면 재미없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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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개나 빨면서 아이스크림이나 산책시켜”


“니 개나 빨면서 아이스크림이나 산책시켜.”

뮤지컬 ‘쓰릴미’에서 나온 한 배우의 대사 실수다. 원래 대사는 ‘니 아이스크림이나 빨면서 개나 산책시켜’였다. 이 실수담은 트위터 ‘연뮤 참사 썰봇’(@theatredisaster) 계정에 소개된 것이다. 이 계정에 오른 다른 실수도 있다. 2012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초연 당시 자베르 역의 배우 문종원의 긴 가발이 장발장 역의 정성화 옷에 끼여 벗겨졌는데, 그 다음 자베르의 대사가 이런 실수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장발장, 이게 무슨 짓인가.”

이 트위터 계정은 뮤지컬, 연극 공연에서 배우들의 실수담을 공유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계정 운영자가 본 것과 마니아들의 제보를 받아 재밌는 실수를 ‘공유’한다.

이처럼 최근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서 공연을 주제로 한 이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 인기다. 공연 중 실수, 공연장 근처 맛집 정보 교환, 명대사를 캘리그래피(예쁜 손글씨) 등으로 남겨 공유하는 SNS 활동이 활발하다.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연 후기와 정보를 교환하던 마니아들의 소통이 한 발짝 진화한 모양새다. 이색 SNS는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공연을 보고 인상적인 대사나 특정 장면을 기록하는 SNS도 있다. 트위터 계정 ‘SOOC’(@Sooooooooooc)는 연극과 뮤지컬 공연의 주요 장면을 종이에 새긴 ‘페이퍼커팅’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이 계정 운영자인 최숙경 씨는 “장면과 대사들을 오래 기억하고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에 페이퍼커팅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페이퍼커팅의 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1주일 정도다. 작업 과정은 종이 위에 공연 장면을 스케치한 뒤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도안 작업을 마친다. 이후 커팅칼을 이용해 잘라내야 할 부분을 잘라낸다.

트위터 계정 ‘Theater Typewriter’(@m_typewriter)는 두벌식 한글 타자기와 영문 타자기를 이용해 공연 명대사나 뮤지컬 노래 가사를 타이핑한 사진을 올리는 계정이다. 명대사를 예쁜 캘리그래피로 작성해 공유하는 트위터도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운영된 ‘글씨쓰는썽킈’(@ssungki_calli)가 대표적이다.

공연 전 식사는 마니아라면 누구나 갖는 고민이다. 주로 평일 오후 8시 공연이 많다 보니 사전 식사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트위터 ‘밥 먹는 연뮤덕’(@theatre_eating)은 주요 공연장 근처의 음식점을 소개하는 계정이다. 단순한 맛집 소개에 그치지 않고 ‘공연 끝나고 지인들과 수다 떨며 먹기 좋은 곳’ ‘가장 맛있는 메뉴는 감자튀김’ 등 계정 운영자의 세심한 정보력이 눈에 띈다.

이 외에도 티켓 오픈 날짜를 알려주는 트위터 ‘입금했어 봇’ 계정, 일반인이 뮤지컬 넘버를 불러 공유하는 페이스북의 ‘뮤지컬부르는일반인’ 등이 마니아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SNS 문화에 대해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씨(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좋아하는 문화를 남과 공유하면서 더 큰 즐거움을 찾는 한국인의 독특한 성향이 빚어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쓰릴미#연뮤 참사 썰봇#레미제라블#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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