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박한 서민의 삶 화폭에 담아낸 ‘포스트 박수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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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박수근 미술상’ 심사평]
“자극적 이미지 난무하는 시대에… 진솔한 감정 돌아보게 만들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 황재형 “기쁘지만 수상 실감 안나”

[1] 1985년 그리기 시작해 2007년 완성한 ‘식사 Ⅱ’. 캔버스 위에 석탄가루를 섞은 물감 등 혼합 재료를 써서 갱도 속 광부들의 식사 장면을 묘사했다.
[2] 1997년 그리기 시작해 2003년 완성한 ‘산허리 베어 물고’. 탄광촌의 원경을 담아냈다.
[3] 유채화 ‘아버지 자리’.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 작가는 “내 이웃사람”이라고 답했다. 작가 제공
[1] 1985년 그리기 시작해 2007년 완성한 ‘식사 Ⅱ’. 캔버스 위에 석탄가루를 섞은 물감 등 혼합 재료를 써서 갱도 속 광부들의 식사 장면을 묘사했다. [2] 1997년 그리기 시작해 2003년 완성한 ‘산허리 베어 물고’. 탄광촌의 원경을 담아냈다. [3] 유채화 ‘아버지 자리’.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 작가는 “내 이웃사람”이라고 답했다. 작가 제공
“화가가 그림으로 상을 받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솔직히 좀 망설여진다. 타인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냐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면 대답이 ‘아니다’이기 때문이다. 겸양이 결코 아니다. 나보다 더 노력하는 작가가 무수히 많다.”

19일 오후 강원 태백시의 작업실에서 전화를 받은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황재형 작가(64)는 시종 담담한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만장일치로 수상자를 선정한 심사위원단은 “황 작가는 시대 조류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토착적 리얼리즘을 구축했던 국민화가 박수근의 작품세계 맥락을 잇고 있다. 우리 시대의 ‘포스트 박수근’으로 부르기에 손색없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심사위원인 윤명로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 미술평론가 송미숙 씨, 화가 박대성 씨, 박수근 화백의 장남이자 화가인 박성남 씨,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최종 후보 2명 가운데 황 작가를 선정했다.

동시대 미술에 난무하는 자극적 이미지의 실체를 돌아보게 하는 황 작가의 묵직하고 질박한 인본주의적 리얼리즘에서, 앞으로 박수근미술상이 나아갈 방향을 볼 수 있다는 게 심사위원단의 평가다.

박성남 씨는 “선친이 평생 추구한 최종 목적지인 ‘소박한 삶의 가치’를 끈덕지게 탐구해온 작가에게 선친을 기리는 뜻깊은 상을 줄 수 있어 유족으로서 뿌듯하고 후배 작가로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송 씨는 “자극적인 이미지와 구호가 난무하는 시대에 황 작가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잠시 벗어나 진솔한 내면의 감정을 돌아보게 해 준다. 그의 그림은 관찰자로서의 그림이 아니라 삶과 그림을 일치시키려 한 열정의 산물”이라고 평했다.

황 작가는 자연과 노동의 가치가 모조리 돈으로 환산되는 세태에 반발해 ‘땀에 대한 신념’을 찾아 강원 태백으로 이주해 광부가 됐다. 건강이 나빠져 광부 일을 그만둔 뒤에도 탄광촌을 떠나지 않고 이웃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서 관장은 “황 작가의 그림 속 인물의 얼굴 주름 새에는 짙은 애정과 무거운 연민이 깃든 땀방울이 고여 있다. 이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세계와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박수근미술상은 상업성과 선정성에 취해 대중 다수의 동의를 갈구하는 시장 중심의 미술계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는 미술상으로 그 위치를 확립할 것이다. 황 작가의 수상은 그간 주목받지 못한 옛 세대, 잃어버린 감정과 감각,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기회를 마련하려는 이 상의 취지를 확인시킨다”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제1회 박수근 미술상#심사#황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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