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도수 낮추고… 거리 시음하고… “위스키 이젠 입맛대로 고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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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quor]위스키 소비자 곁으로

매출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위스키 업계가 반전을 꾀하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을 찾아내겠다며 거리로 나서는가 하면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 40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통념을 깬 제품을 내놓고 있다. 위스키 시장은 최근 7년 동안 지속적으로 위축됐다. 2007년에 283만8304상자(1상자는 500mL들이 18병)였던 위스키 판매량은 매년 감소하다가 지난해에는 174만8353상자로 크게 줄었다. 애주가들이 선호하는 술이 위스키에서 소주나 맥주, 와인 등으로 바뀌고, 경기 불황에 따라 싼 술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와인 수입액이 위스키 수입액을 넘어서면서 위스키 업체들의 자존심에 금이 가기도 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주류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유흥업소에서 위스키가 워낙 잘 팔려서 소비자의 취향을 딱히 고려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하지 않으면 쉽게 도태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소비자의 선호도를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위스키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캠핑카 4대가 지난달 18일부터전국을 돌며 시음 행사를 하고 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제공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소비자의 선호도를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위스키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캠핑카 4대가 지난달 18일부터전국을 돌며 시음 행사를 하고 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제공

글로벌 디아지오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180여 명의 팀을 따로 구성했다. 현재 이 팀에서 여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지사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이미 2012년 5월에 이와 같은 팀을 만들었다. 지난해 3월에 내놓은 ‘윈저 더블유 아이스’가 이 팀이 2년에 걸쳐 연구한 끝에 개발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시장에 나온 지 한 달 만에 3개월 치 물량(1만 상자)이 팔렸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에 맞추려는 전략이 주효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제품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을 수입하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소비자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섰다. 소비자의 선호도를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위스키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이 업체의 캠핑카 4대가 지난달 18일부터 전국을 돌고 있다. 소비자들과 주류 업체 도매상들은 캠핑카에 올라 6개 원액을 시음한 뒤 선호하는 것을 고른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제품이 만들어진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관계자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놀랐다. 당초 이달 26일까지 예정돼 있는데 반응이 예상외로 좋아 1주일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11월부터 1월 초까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가로수길에 팝업바(임시매장)를 연 바 있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위스키를 맛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제공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11월부터 1월 초까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가로수길에 팝업바(임시매장)를 연 바 있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위스키를 맛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제공


아일랜드 위스키 브랜드 제임슨은 지난해부터 영화를 보면서 위스키를 즐기는 ‘컬트 필름 클럽’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에는 26일 서울 마포구 무브홀에서 1994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펄프 픽션’을 상영한다.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도 2014년부터 매년 연말 대규모 시음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4000여 명이 행사에 참가했다.

‘위스키=유흥업소’라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 노력하는 업체들도 있다. 조니워커, 글렌피딕, 맥캘란 등 세계적인 위스키 브랜드들은 젊은층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최근 팝업바(임시매장)를 마련했다. 고객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란 게 업체들의 평가다. 올해 초 디아지오가 준비한 조니워커하우스 팝업바에는 45일 동안 6411명이 다녀갔다. 이 중 85%가 20∼34세였다.

저도주 열풍에 맞춰 낮은 도수의 위스키 제품도 출시됐다. 스카치위스키협회(SWA)는 40도 이하의 제품에 스카치위스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위스키를 위스키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까지 생긴 것이다. 업계는 “업체들의 몸부림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한 위스키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호황이었던 게 비정상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소비자들이 수입 맥주를 찾는 것처럼 위스키도 자기 취향대로 고르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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