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루소부터 니체까지 근대 유럽의 사상 발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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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지성사 강의/프랭크 터너 등 지음·서상복 옮김/512쪽·2만2000원·책세상

소크라테스 역시 또 하나의 소피스트에 불과하며 고대 그리스의 찬란한 문화를 망친 장본인이라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어떨까. 당장에 “너도 소피스트냐” “궤변 늘어놓지 마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소피스트의 궤변과 이에 맞선 성인(聖人)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일반인의 머릿속에 선악의 대결로 공식처럼 틀어박혀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 같은 서양철학의 통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소크라테스의 합리성이 그리스 문화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예술적 본능을 질식시켰다는 게 니체의 주장이었다.

이 책은 서양 근대화를 이끈 18, 19세기 유럽 사상사의 거대한 흐름을 정리하면서 저자의 비판적인 통찰을 곁들였다.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 출신인 저자는 사상가들에 대한 찬사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역사에 남긴 오점도 함께 다뤘다. 내공이 있는 학자가 아니라면 쉽게 할 수 없는 시도다.

이를테면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장 자크 루소에 대해 저자는 솔직함과 위험성이라는 극단적 평가를 함께 내린다. 사회 제도의 규율을 받기 이전, 자연 상태의 인격을 모색하기 위해 루소는 성적 욕망을 채운 자신의 경험까지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시민종교(civil religion)를 위반한 자에게는 죽음의 형벌도 불사해야 한다는 루소의 주장에는 음험함마저 감돈다. 저자는 “(루소의 사상에는) 미래의 세속 집단주의 이상향을 꿈꾸는 정치사상 곧 민족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씨앗이 될 만한 요소가 많다”고 평가했다.

사상가들의 본의를 충실히 전달하기 위해 원전을 일부러 길게 인용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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