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젊은이여, 부모만큼 잘살 수 없다고 절망하진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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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지그문트 바우만, 리카르도/마체오 지음·나현영 옮김/224쪽·1만3000원·현암사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91)은 대기만성형 학자다. 그는 영국 리즈대 교수 퇴임을 한 해 앞둔 1989년 ‘근대성과 홀로코스트(Modernity and The Holocaus)’를 내놓으며 비로소 주목받았고 이후 탈근대 문제를 주로 다뤄왔다. 특히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는 그가 현대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창안한 대표적 개념. 액체처럼 부유하고 유동적이며,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를 뜻한다.

바우만의 책이 또 나왔다. 국내에서는 2010년 이후부터 바우만 책이 한 해 두세 권꼴로 쏟아져 나온다. 지식인으로서 바우만의 영향력이 커진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불확실한 현실을 체감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1년 바우만과 이탈리아 에리크손 출판사 편집자 리카르도 마체오의 대담을 책으로 엮었다. 주로 유럽의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국내 현실과도 닮은 점이 많다.

바우만은 지금의 젊은이를 “부모의 성공담을 뛰어넘는 것이 일생의 과업”이며 “전후 최초로 사회적 지위가 부모보다 하강 이동될 것이라는 전망을 맞닥뜨린 세대”라고 말한다. 설상가상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가난한 젊은이들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결국 사회 내 “계급 구분이 다시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책에는 ‘소비자로 존재하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인’ 현대 소비사회의 문제도 자주 언급된다. 바우만은 “현대인에게 쇼핑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인간 존엄의 부재를 의미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사회적 불평등은 언제 터질지 예상하기 어려운 지뢰밭을 낳는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비관만 가득하진 않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 살았던 덕에’ 수많은 현상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바우만은 “지금껏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내포하지 않은 삶의 형식은 없었다”고 말한다. “염려할 여지는 많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노(老)학자가 전하는 지혜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지그문트 바우만#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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