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 “보듬지 못한 내 상처, 가시가 돼 남을 찌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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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에세이집,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내 눈으로 보면 남들이 다 고쳐야 할 것투성이죠. 그러나 남의 눈으로 보면 내가 고쳐야 할 것투성일 거예요.” 그의 말은 쉽고 간결하다. 25일 마음치유학교에서 만난 혜민 스님은 “상대를 바꾸는 것보다 내가 바꾸는 게 훨씬 쉽죠. 내가 바꾸면 상대도 금방 알아차립니다”라며 ‘나부터’를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내 눈으로 보면 남들이 다 고쳐야 할 것투성이죠. 그러나 남의 눈으로 보면 내가 고쳐야 할 것투성일 거예요.” 그의 말은 쉽고 간결하다. 25일 마음치유학교에서 만난 혜민 스님은 “상대를 바꾸는 것보다 내가 바꾸는 게 훨씬 쉽죠. 내가 바꾸면 상대도 금방 알아차립니다”라며 ‘나부터’를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국민 힐링 멘토’이자 베스트셀러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44)이 4년 만에 두 번째 책인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수오서재)을 펴낸다. 2012년 출간된 ‘멈추면…’은 250만 부 이상 팔렸다. 25일 혜민 스님을 만났다. 그가 지난해 3월부터 운영 중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의 ‘마음치유학교’에서였다. 이곳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

그는 ‘멈추면…’과 신작의 차이에 대해 “첫 책에선 바쁜 삶 속에서의 쉬어 감을 얘기했다. 이번엔 나 자신, 가족, 친구, 동료 등이 완벽하지 못하고 부족하다고 해서 불평만 하고 살아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소중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또한 사람들끼리의 관계 속에서 겪는 좌절과 아픔을 딛고 용기를 얻도록 하는 얘기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부족한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우리 내면 안의, 따뜻하게 바라보는 ‘자비의 시선’을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최근 일곱 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기사가 뉴스에 나왔어요. 기사를 보면서 ‘그 아버지가 본인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먼저 보듬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내 상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보듬지 못하면 그 가시가 자라 힘없는 주위 사람들을 찌릅니다.”

예상보다 두 번째 책이 늦게 나왔다고 했더니 그는 “내 안에 차고 넘칠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스님은 ‘멈추면…’을 낸 뒤 강연회 등으로 한동안 바쁘게 살다가 이후 수행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경북 문경의 봉암사 선방에 들어가고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프랑스)에서도 공부했다. 마음치유학교도 왁자지껄하게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멈추면…’을 읽은 독자 가운데 제 글을 읽고 큰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 마음에서 올라오는 글들이 어떤 이에겐 자살을 멈추는 구원의 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의무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게 했습니다. 그래서 내 속에 글이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썼더니 3권 분량이 나왔어요. 그걸 압축해 이번 책을 만들었어요.”

그는 이번 책의 계기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둘째 아들(브래드 피트)을 잃은 목사 아버지가 설교 중에 한 말을 들었다.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목사 아버지가 노름판에 끼어든 아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겠어요. 하지만 존재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아요.”

그는 마음치유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과 사별한 사람, 난치병 환자,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 유산의 아픔을 가진 사람 등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직접 이끌었다. 또 전문가 20여 명과 함께 치유하는 글쓰기, 미술 치유, 그룹 상담 등을 열었다.

“보통 사별, 이혼 등으로 큰 충격과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심리적 공허와 단절감에 시달려요. 보통 ‘잊어버리고 빨리 기운 내라’는 위로의 말을 던지는데 그건 도움이 안 돼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같이해 주는 게 정말 중요하죠. 그래서 프로그램을 통해 고통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아 놓으면 서로 공감하며 치유의 지혜가 생깁니다.”

그는 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일생일대의 큰 뜻을 세웠다.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이 항상 손쉽게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학교를 찾아온 것도 감사한데 자신의 상처를 내보인 뒤 마음의 위로를 받아 웃으면서 나가는 과정이 늘 제게 감동을 줘요. 제가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래서 미국에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자발적 민간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저는 국내에서 우울과 좌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스님은 곧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인근에 개인 상담소도 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더니 스님은 “사랑하면 버텨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그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지켜 달라는 것이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혜민 스님#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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