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운동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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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운동화의 변신 힙합그룹 덕에 세계화
동력은 명품업체 프라다 ‘스니커즈+정장’ 패션쇼 기획
화려한 유니섹스 스타일 남녀 구분 무너뜨려


프라다 미크로솔
프라다 미크로솔
나이키 에어맥스 90
나이키 에어맥스 90
크리스티앙 디오르 퓨전 스니커즈
크리스티앙 디오르 퓨전 스니커즈

운(運)
국내 스니커즈 혁명의 선봉에는 복고 스타일의 스니커즈들이 포진해 있다. 수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스니커즈가 매년 새로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아디다스의 슈퍼스타, 리복의 인스타 펌프 퓨리, 나이키 에어포스 원 등 출시된 지 20년이 넘는 신발들이 아직도 꾸준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신발들의 인기에는 그만큼 운(運)도 따라줬다.

아디다스 슈퍼스타는 1980년대 후반 힙합 문화를 바탕으로 이름 그대로 스니커즈계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슈퍼스타의 태생은 원래 농구화다. 1969년 나온 이 신발은 카림 압둘자바, 줄리어스 어빙 등 1970년대를 대표한 유명 농구 선수들이 신으면서 처음에는 농구화로 더 유명했다. 농구 코트가 아닌 거리에 슈퍼스타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1980년대 후반 많은 인기를 끌던 힙합그룹 런디엠시 덕분이었다.

하위 문화였던 힙합은 초기에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 당시 힙합에 푹 빠져 있던 젊은이들의 우상이 바로 런디엠시였던 것. 이들이 골드체인과 가죽 소재의 구스다운 코트에 끈 없는 슈퍼스타를 매치한 스타일을 선보이자 젊은이들은 그대로 따라했다. 슈퍼스타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뿐 아니라 일본 도쿄 등에서 젊은이들과 패션 저널리스트들이 즐겨 신는 신발이 됐다. 문화의 영향으로 농구화가 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결국에는 농구화가 아닌 패션화로 역할을 대신하게 된 케이스다. 슈퍼스타를 5개 소장하고 있는 전형우 씨(42)는 “학창시절 열광했던 그룹이 런디엠시였다”며 “아직도 슈퍼스타를 보면 런디엠시의 노래가 생각나 요즘에도 자연스레 구매하게 된다”고 밝혔다.

나이키의 에어포스 원도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1982년 농구화로 태어난 이 신발 역시 힙합문화의 수혜자다. 전설적 래퍼인 나스, 라킴, 카녜이 웨스트 등이 즐겨 신으며 힙합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과거의 향수로 지금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신발도 있다. 1994년 나온 리복의 인스타 펌프 퓨리에는 끈이 없다. 신발에 붙어 있는 동그란 펌프가 끈 역할을 대신한다. 이 신발은 펌프를 누르면 신발 전체에 공기가 들어가며 자연스레 사이즈를 맞춰준다. 이 펌프 기술이 30대 이상 소비자들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원 김영민 씨(41)는 “어릴 때 펌프를 누른 후 뛰면 점프력이 높아진다는 믿지 못할 속설이 있었다”며 “아직도 리복 펌프 신발을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나 사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동(動)
명품 업체들도 전통적인 스니커즈 라인을 재해석하며 스니커즈 패션을 움직이고(動) 있다. 이탈리아의 프라다는 스니커즈 혁명에서 선구자적 존재다. ‘정장에는 구두’란 공식이 널리 퍼져 있던 1998년 프라다는 발 빠르게 정장에 스니커즈를 신긴 남성 모델을 패션쇼에 선보였다. 명품 업체 중 스니커즈를 패션쇼 런웨이에 올린 건 프라다가 처음이다. 이보다 2년 전에 미우차 프라다 사장이 스니커즈를 처음 내놓은 후 열린 혁명적인 패션쇼였다.

프라다는 기존 스니커즈 라인의 재해석 작업으로 2011년에 기존 레이스업(끈이 있는 슈트용 신발)에 서로 다른 세 가지 색의 고무창을 덧붙여 만든 미크로솔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이 신발은 일명 ‘클리퍼’라 불리며 기존 스니커즈 라인과 더불어 현재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프랑스의 루이뷔통도 스니커즈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올해 나온 루이뷔통의 스니커즈는 처음 보는 순간 어느 업체의 신발인지 헷갈린다. 업체 브랜드를 상징하는 무늬를 줄였기 때문이다. 루이뷔통에서 올해 나오는 히트 시리즈(여성용)는 루이뷔통의 전통적인 모노그램 무늬 중 꽃 모양만을 주얼리로 만든 후 신발 갑피에 달았다. 베이스볼 라인도 마찬가지다. 이 신발은 아예 루이뷔통을 상징하는 알파벳 철자인 ‘V’를 갑피에 얇은 실선으로 새겨 넣었다. 이전까지 루이뷔통 스니커즈에 전통적인 모노그램 무늬가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양새다.
구치 밤비 웹 스니커즈
구치 밤비 웹 스니커즈
루이뷔통 히트 스니커즈
루이뷔통 히트 스니커즈
아디다스 슈퍼스타는 1969년 처음 나온 후 47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스니커즈계의 스테디셀러다. 지난해 국내에 복고 스니커즈 열풍이 불면서 100만 족이 팔렸다.
아디다스 슈퍼스타는 1969년 처음 나온 후 47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스니커즈계의 스테디셀러다. 지난해 국내에 복고 스니커즈 열풍이 불면서 100만 족이 팔렸다.


화(化)
스니커즈는 남성용, 여성용이라는 경계를 허무는 혁명을 진행하고 있다. 남성, 여성 모두 신을 수 있는 디자인인 유니섹스 스타일(化)이 최근 스니커즈들의 특징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등 주요 업체에서 나오는 스니커즈들은 대부분 사이즈만 다를 뿐 남성용과 여성용 사이에 디자인의 차이가 없다. 특히 오피스룩이나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신는 여성이 늘면서 명품업체 스포츠의류업체 가릴 것 없이 유니섹스 스타일의 다양한 스니커즈를 내놓고 있다.

명품 브랜드 중 처음으로 1984년 스니커즈를 내놓은 이탈리아의 구치와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디오르도 다양한 유니섹스 스타일의 제품을 내놓으며 남성용과 여성용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있다.

스포츠의류 업체도 마찬가지다.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각각 슈퍼스타, 스탠스미스 및 에어맥스 90시리즈 등을 신은 남녀 모델들을 광고하며 남녀 누구나 신을 수 있는 스니커즈임을 강조한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남성과 여성 모두 신어도 어울리는 디자인의 스니커즈가 많이 팔리고 있으며 각 업체도 유니섹스 스타일의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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