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국 교수 “경쟁과 협동이 결합한 탈물질적 자본주의서 대안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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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종사회와 그 친구들’ 책 펴낸 아나키즘 연구가 김성국 교수

최근 책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을 펴낸 김성국 부산대 명예교수는 “단재 신채호의 사상을 공부하다가 아나키즘 연구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국 교수 제공
최근 책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을 펴낸 김성국 부산대 명예교수는 “단재 신채호의 사상을 공부하다가 아나키즘 연구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국 교수 제공
“철학자이자 비판적 합리주의자인 카를 포퍼가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쓰던 1930, 40년대의 과제는 ‘공산주의와의 대결’이었는데, 지금은 사실상 소멸했죠. 제가 보는 탈근대의 특징은 잡종성(雜種性)입니다.”

아나키즘을 연구해온 김성국 부산대 명예교수(69)가 최근 책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을 펴냈다. 그는 대학에서 불평등 이론과 산업사회학 등을 가르쳤고, 한국사회학회 회장을 지냈다.

이번 책에서 김 교수는 이른바 잡종사회의 특징으로 타협적 탈국가주의, 협동적 개인주의, 상대적 허무주의, 현세적 신비주의를 꼽았다. 특히 인터넷 혁명으로 시공간이 압축되고 사이버 세계와 현실세계가 중첩되는 오늘날의 ‘잡종사회’는 개인적 자유의 확장에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나키즘의 이상에 가깝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무정부주의나 자유연합주의 등으로 번역되는 아나키즘은 국내에 연구자가 드문 편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나키스트는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약산 김원봉 정도다. 김 교수는 “일제 치하라는 극한 상황에서 아나키스트들의 저항은 오늘날의 테러리즘과는 달리 무고한 민간인을 다치게 하지 않고 최소한의 폭력으로 효과를 극대화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책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적 소유와 공적 소유를 혼합한 ‘탈물질적 자본주의’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 말은 어딘가 ‘검은 백지’ 같은 모순으로 들리기도 한다. “‘공정무역 커피’(원두값을 시세보다 높게 치러 생산 농민의 인건비를 착취하지 않는 커피) 같은 소비 형태도 있잖아요. 사회가 탈물질적으로 변하면 성장 규모는 작아도 분배가 강조된 협동경제의 영향력이 커질 겁니다.”

그는 “모든 잘못을 구조 탓으로 돌리며 복지국가와 공동체에 무한 희망을 기대하지 말고 개인과 자유, 개인들의 자유연합이 지닌 근원적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올해 ‘한국 아나키즘 3부작’을 완성할 계획이다. 일제강점기 신채호 박열 등의 아나키스트 5명을 소개한 ‘한국의 아나키스트’(2007년)가 ‘과거’라면 이번 책이 ‘미래’에 해당한다. ‘현재’에 해당하는 책은 집필 중으로 5·18민주화운동을 국가의 폭력 차원에서 조명하는 등 한국 사회를 아나키스트적 관점에서 들여다볼 계획이다.

평화반핵군축시민연대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본인이 아나키스트인지를 묻자 “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군비 축소와 군대 문화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운동을 벌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김성국 교수#아나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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