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딱딱딱딱… 그 많던 흰부리딱따구리는 어디로 갔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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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필립 후즈 지음·김명남 옮김/280쪽·1만5000원·돌베개

언론사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호랑이. 타사 조간신문에 “특종, 백두산 호랑이 국내에서 발견”이라는 보도가 나와, 언론계 은어로 속칭 ‘물을 먹으면’ 도저히 만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국내에서 사실상 멸종에 가까운 상태다. 호랑이 외에도 50여 종이 멸종 ‘위기’를 넘어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200년에 걸쳐 미국 숲 속에서 사라진 흰부리딱따구리를 다룬 이 책은 묵직한 시사점을 준다. 국제자연보호협회 활동가인 저자는 1809년 이후 불과 100여 년 만에 멸종된 이 새를 추적한다. 단순히 새만 다룬 이야기는 아니다. 멸종위기종에 얽힌 미국 근대사와 여러 인물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다.

수탉 크기의 흰부리딱따구리는 검은 몸통, 붉은 볏으로 ‘숲 속의 왕’처럼 보이는 멋진 새다. 1800년대 초만 해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나 아칸소 주의 저지대 숲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당시 흰부리딱따구리를 엽총으로 죽이는 경우도 많았다. 동물을 가까이 관찰하려면 죽여서 표본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

하지만 남북전쟁 이후 벌목이 본격화하면서 서식지가 크게 준다. 1880년대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새 부리와 발톱, 다리 등 몸통 절반의 가죽을 모자에 얹어 장식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이에 분개한 학자들이 깃털 모자에 반대하고 조류보호법 로비를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연합군에게 잡힌 독일군 포로들을 활용한 값싼 노동력이 공급되면서 벌목이 가속화했다. 흰부리딱따구리는 1944년 4월 마지막 목격 뒤 미국 대륙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수많은 멸종 동물 중 저자는 왜 이 새를 조명해야 했을까. 흰부리딱따구리는 서식지를 파괴하는 인간과 이를 보호하려는 인간들이 대결했던 첫 번째 동물인 까닭이다. 이로 인해 자연보호, 야생동물 보존구역 구축 등 생태학 방법론이 발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단순히 한 개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제6의 멸종’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6500만 년 전 일어난 다섯 번째 대멸종인 ‘공룡 종말’까지는 그 원인이 지구 환경의 변화였지만 여섯 번째부터는 같은 동물인 ‘호모사피엔스’, 즉 인간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결국 실패담이다. 하지만 향후 다른 종의 멸종을 막는 성공담을 만들 중요한 화두를 머릿속에 남긴다. “우리에게 무슨 권리가 있어서 그들을 멸종시키는가.”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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