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숙 vs 패기… 아름다운 첼로 선율로 무더위를 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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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린 하렐 시작으로 미샤 마이스키, 이상 엔더스,
안드레아스 브란텔리트 등 4명의 첼리스트 한국서 공연

늦여름에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에 흠뻑 취해 더위를 잊는다. 이달 말 4명의 원숙하거나 혹은 패기 넘치는 첼리스트 4명이 한국을 찾는다.

원숙한 첼리스트들은 미샤 마이스키(67)와 린 하렐(71). 두 대가는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첼로 부문 심사위원을 나란히 맡기도 했다.

이름만 들어도 어딘지 맑고 감미로운 선율이 들리는 듯한 마이스키는 이번이 스무 번째 한국 방문이다.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마이스키와 함께 공연한다. 가족을 끔찍이 아끼는 그가 딸과 빚어낼 앙상블이 주목된다는 평. 29일∼9월 4일 리사이틀 일정을 마치고 다음 달 6일 오후 6시에는 정명훈과 함께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야외 공연도 가져 한국 팬에 대한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린 하렐은 솔로이스트, 실내악 연주자, 지휘자, 교수 등 뒤에 붙는 수식어가 적지 않다. 현존하는 최고의 첼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나이 일흔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모스크바에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쳤고 앞으로 안네 조피무터, 예핌 브론프만과 함께 북미 투어를 진행하며 카네기홀 케네디센터 등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21일 세계적인 말러 전문가인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함께 엘가의 첼로협주곡 e단조를 연주한다.

두 거장의 연주가 원숙미를 가득 담고 있다면 20대의 패기 넘치는 첼리스트 2명은 베토벤과 바흐에 도전한다.

이상 엔더스(27)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독일인으로 1988년생 동갑내기인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 도전에 나선다. 첼리스트에게 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신약성서’로 여겨질 만큼 한 번씩 거쳐야 할 관문이다.

2008년 스무 살 때 유서 깊은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첼리스트로 영입되면서 클래식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곳에서 4년간 연주 활동을 벌이다 독립한 그는 실내악에 관심이 많아 최근 ‘앙상블 세레스’를 만들어 젊은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독일에서 자랐지만 한국 음식과 정서를 좋아해 “내 정체성의 절반은 한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첼리스트의 구약성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여기에 처음 도전하는 덴마크 출신 첼리스트 안드레아스 브란텔리트(27)는 27,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한국 팬과 인사한다. 첼리스트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그는 빈 심포니, 말러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2013년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김다솔과 듀오로 협연했는데 김다솔이 당시 여섯 번의 공연 중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연주자로 꼽았다.

음악평론가 류태형 씨는 “마이스키는 언제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게 장점이고,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피아노), 이츠하크 펄먼(바이올린)과 환상의 앙상블을 이뤘던 대가인 하렐이 애절한 엘가의 명곡을 연주한다는 점에서 기대된다”며 “이상 엔더스는 개성 넘치고 심오한 곡 해석이 돋보이는데 이번에 김선욱과 어떤 앙상블을 보여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미샤 마이스키#이상 엔더스#안드레아스 브란텔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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