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7시간 넘게 난상토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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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현 재심은 잘못… 호계위원 사퇴를”

29일 서울 송파구 불광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의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의현 전 총무원장 사면과 관련해 스님과 재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7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대중공사에서 “의현 전 원장에 대한 재심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9일 서울 송파구 불광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의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의현 전 총무원장 사면과 관련해 스님과 재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7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대중공사에서 “의현 전 원장에 대한 재심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재심 결정은 개혁정신과 대중공의에 어긋한 잘못된 것이다.” “재심 호계위원들은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권고한다.”

의현 전 총무원장의 사면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29일 서울 송파구 불광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의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大衆公事·사찰 내 대소사를 결정하는 열린 모임)’의 결론이다.

대중공사는 그동안 매월 1회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라는 큰 틀에서 진행됐지만 최근 사면과 관련해 종단 내부의 갈등이 커지자 이번 달 주제를 ‘종단 개혁과 서의현 전 총무원장 재심 결정’으로 바꿨다. 이에 앞서 조계종의 사법부 격인 재심 호계원은 6월 1994년 종단 개혁 당시 멸빈(滅빈·승적의 영구 박탈) 징계를 받은 의현 전 총무원장에 대한 재심 심리에서 공권정지 3년을 결정해 사면의 길을 터 준 바 있다.

이날 대중공사에는 100인 위원뿐 아니라 사면에 비판적인 입장의 스님과 재가자들까지 약 150명이 참석했다. 일부 신자들은 불광사 로비에서 108배 정진으로 종단 개혁정신 계승을 촉구하며 의현 전 원장의 사면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모임은 불교 의식에 이어 조별 토론과 전체 토론, 결과 발표 등의 순으로 7시간 넘게 진행됐다.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비판과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왜 이 자리에서 의현 전 총무원장 사면에 대해 논의하는지 모르겠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닌가. 이 문제의 책임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도법 스님 등 집행부에 있다. 모두 내려놓고 나가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참석자는 “1994년 개혁은 종단 발전을 위해 잘된 일이었으나 멸빈은 잘못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종단은 멸빈 제도의 문제점을 토의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할 때다”라고 했다.

최종 발표된 참석자들의 의견은 재심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과 재심 호계위원들의 사퇴 외에도 △멸빈자 사면 등 종단 과거사 문제를 다룰 대중공의 기구의 구성 △1994년 종단 개혁정신의 계승으로 압축됐다.

대중공사는 조계종 종법에 따른 종단의 공식 기구는 아니다. 하지만 총무원이 지속적으로 이 모임을 종단 개혁의 상징으로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향후 의현 전 원장의 사면안 처리와 종단 행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종단 안팎에서 의현 전 원장의 사면을 반대하는 반발이 거세지자 중앙종무기관장인 자승 총무원장, 현응 교육원장, 지원 포교원장은 23일 공동 명의로 “논란이 끝날 때까지 사면 절차를 보류하겠다”며 “대중공사를 통해 해결방안이 도출되면 여법하고 엄정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이날 개별 토론에 참석하지 않았고, 전체 토론에서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대중공사의 이번 결정에 상당한 무게가 실릴 것”이라며 “개혁을 다짐해온 총무원이 1994년 개혁정신의 계승과 재심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 사면 결정에 대한 번복과 재심 호계위원들의 사퇴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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