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 대표 “힘들 때마다 날 일으켜 세워준, ‘명성황후’는 효녀같은 작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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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20주년 맞은 뮤지컬 ‘명성황후’ 제작 윤호진 대표

16일 만난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위 사진)는 “20년간 진화해 온 뮤지컬 명성황후가 푸치니 오페라처럼 100년 넘게 사랑받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일본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한 명성황후가 혼백이 돼 피날레곡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부르는 2막 마지막 장면(아래 사진).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6일 만난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위 사진)는 “20년간 진화해 온 뮤지컬 명성황후가 푸치니 오페라처럼 100년 넘게 사랑받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일본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한 명성황후가 혼백이 돼 피날레곡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부르는 2막 마지막 장면(아래 사진).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내 창작 뮤지컬 최초 유료 관객 100만 명 돌파(2007년), 1000회 공연(2009년), 아시아 뮤지컬 사상 첫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1997년) 및 영국 웨스트앤드 공연(2002년).’

뮤지컬 ‘명성황후’가 올해 국내 대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개막 20주년을 맞았다. 제작사 에이콤 인터내셔날에 따르면 20년간 이 작품을 관람한 유료 관객은 162만3000명. 공연 횟수만 총 1096회에 달한다.

‘명성황후’ 20주년 기념 공연이 28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16일 연습에 한창인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제작자이자 연출가인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67)를 만났다. 그는 이날 명성황후 역의 신영숙에게 “여운을 남기는 표정을 지어라”라고 주문하는 등 연기 지도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20주년 공연에 대해 “명성황후는 내게 ‘효녀’ 같은 작품이야. 힘들 때마다 날 일으켜 세워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명성황후 20년사에서 그가 꼽는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199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 공연.

“미국 공연 전 링컨센터의 미슈엘 극장장이 ‘링컨센터는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다. 작품의 질을 어떻게 증명할 거냐’며 면박을 주더라고. 근데 공연 첫날 다섯 개의 박스 오피스에 늘어선 줄이 건물 밖 분수대까지 이어졌어. 뉴욕타임스 리뷰에서도 ‘명성황후는 정말 볼만한 뮤지컬’이라며 찬사가 나왔지. 이런 반응에 놀란 미슈엘이 마지막 공연 날 내게 와서 ‘내년에도 한 달 대관해 줄 테니 재공연이 가능하냐’라고 정중히 제안하더라고. 하하.”

실제 명성황후는 이듬해인 1998년 다시 링컨센터 무대에 올랐다.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를 만든 제작진 명단을 보면 문화계 ‘어벤저스’가 한데 뭉친 듯하다. 소설가 이문열이 원작 희곡 ‘여우사냥’을 썼고,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각색을 맡았다. 작곡가 김희갑과 그의 부인인 작사가 양인자가 뮤지컬 노래를 만들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1대 윤석화를 비롯해 이태원, 이상은 등 20주년 기념공연까지 총 9명의 ‘조선의 국모’를 낳았다. 윤 대표는 “최고의 명성황후는 1997년부터 14년간 ‘장기집권’한 배우 이태원”이라며 “성악 전공답게 풍부한 성량으로 난도 높은 곡을 잘 소화했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명성황후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비결은 뭘까. 윤 대표는 ‘매번 장면과 노래를 수정하며 진화한 것’을 꼽았다.

실제 이번 20주년 공연에서도 무대 상부 디자인을 바꿨다. 윤 대표는 “2002년에 선보였다가 무대 고장으로 뺐는데, 2층 구조의 무대에서 1층엔 거사를 계획하는 일본 미우라가, 2층엔 외국 대사들과 파티를 여는 명성황후가 나오는 장면이야. 곧 이어질 비극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이번에는 제대로 볼 수 있을 거야.”

명성황후, 고종, 명성황후 호위무사 홍계훈의 삼중창 등 총 3곡을 추가했고, 고종과 명성황후의 혼례 장면에선 이만익 화백의 나비 그림이 화사한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으로 무대에 퍼진다.

“10주년 때도 하지 않았고, 이번 20주년에도 무대 인사는 안 할 거야. 하지만 30주년에도 내가 연출하면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인사해야지. 그때가 마지막일 테니까. 하하.” 6만∼13만 원, 02-2250-592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명성황후#20주년#링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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