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신라의 王城속살 드러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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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발굴 15일 역사적 첫삽… 총2700억 소요… 복원까지 최소 30년

12일 경북 경주시 월성에서 발굴과 복원이 잘되도록 기원하는 고유제를 열고 있다. 발굴은 15일부터 시작한다. 문화재청 제공
12일 경북 경주시 월성에서 발굴과 복원이 잘되도록 기원하는 고유제를 열고 있다. 발굴은 15일부터 시작한다. 문화재청 제공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눈썹을 닮은 경주 월성(月城)의 석빙고. 이 앞에 금이 한 줄 쳐졌다. 15일부터 월성 발굴이 시작되면서 이곳에 1.2m 높이의 펜스가 곧 들어서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석빙고에는 원래 월성의 정문에 해당하는 북문(北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월성은 신라 제5대 파사왕 집권기인 서기 101년부터 935년 멸망할 때까지 800여 년간 신라의 위용을 보여주는 궁궐이었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신라 왕경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약 10년에 걸쳐 500억 원을 투입해 월성 발굴에 들어가기로 했다. 앞서 1980년대에 성벽 바깥 해자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됐지만 월성 내부에 대한 발굴은 처음이다.

발굴뿐 아니라 복원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지난해 발굴 외에 복원 비용으로 2200억 원이 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면적이나 기간에서 문화재 발굴과 복원 사상 최대 규모인 셈이다. 그러나 문화재계에서는 월성 면적이 총 20만7528m²에 이르는 만큼 발굴과 복원에 최소 30년 이상이 걸린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발굴 주체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동서로 길게 뻗은 월성을 A∼D의 4개 구역으로 나눠 이 중 왕성 중앙부에 위치한 C구역부터 시굴에 들어가기로 했다. 시굴은 20∼30cm 깊이로 얇게 땅을 파서 대략적인 유구의 상태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연구소 측은 시굴을 마치는 내년 3∼4월 본격적인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박윤정 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C구역은 2007년 레이더 탐사 결과 상당한 규모의 기초석이 놓여 있어 궁궐의 중심 전각인 정전(正殿)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굴과 복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인 데다 새로운 관광자원이 필요하다는 경주 지역여론이 강하게 뒷받침되어 추진되고 있다. 지역 주민인 박상윤 씨는 “천년 왕국 신라가 이제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복원 방식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아 복원이 구체화될 때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경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경주#신라#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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