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문화]광양제철소의 상생 컨설팅, 中企-행정기관-점포 확 바꿔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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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소 ‘동반성장 혁신허브 활동’

광양제철소와 동반성장 혁신허브 활동을 벌이기 전(왼쪽)과 달라진 ㈜PJ메탈 공장 내부. 광양제철소 제공
광양제철소와 동반성장 혁신허브 활동을 벌이기 전(왼쪽)과 달라진 ㈜PJ메탈 공장 내부. 광양제철소 제공
#1 전남 광양시 광양읍 초남산업단지에 자리한 DSR㈜는 광양제철소가 생산한 철로 와이어와 로프를 제작하는 중소기업이다. 100여 명이 근무하는 이 업체는 불과 1년 전만해도 불량품이 적지 않았다. 자재들은 공장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고 작업자들도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었다. 설비 관리와 작업 환경 개선 노력을 소홀히 한 탓이었다. 환경을 바꾸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고민하던 이 업체는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벌이고 있는 동반성장 혁신허브 활동을 알게 됐다.

올 3월 사업신청을 한 DSR㈜는 컨설팅을 받은 지 7개월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광양제철소 혁신전문가들로부터 안전 경영기법 기술 구매 등 교육을 받으면서 ‘기본’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공정용 테그함 정리는 어떻게 하는지, 원재료는 어떻게 보관해야 불량률이 감소하는지, 신선설비(Dies Box)는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야 수리시간이 줄어드는지 등을 배웠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제품 불량률이 예전 0.62%에서 0.48%로 줄었고 고장수리 시간도 평균 1.83시간에서 1.48시간으로 감소했다. 반면에 생산량은 무려 25%나 늘었다. 주재범 DSR㈜ 품질경영팀장(43)은 “무엇보다 직원들의 마인드가 바뀌었다”며 “품질의 중요성을 깨닫고 혁신활동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2 5만5000여 명의 중마동·골약동 생활하수처리를 담당하는 광양시 중앙하수처리장은 지난해 동반성장 혁신허브 활동에 참여하면서 친환경·고효율 하수처리장으로 탈바꿈했다. 중앙하수처리장은 지하에 시설물이 있어 기계설비가 낡고 고장률이 다른 처리장보다 높은 편이었다. 설비기능복원(My Machine), 창고 정리정돈, 불필요한 시설물 이설 등 컨설팅을 받으면서 원가를 절감하고 고장률이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실제로 지하 약품용 해조를 지상으로 옮기면서 바닥의 약품오염 요소를 없애고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었다. 광양중앙하수처리장은 이를 계기로 매주 목요일을 동반성장 활동의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광양시 세풍리에 있는 광양하수처리장은 올해 초 동방성장 혁신허브 활동에 참여해 교육과정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인증을 앞두고 있다. 업무용 책상을 재배치해 사무환경을 개선하고 감시기능을 통합해 무인화하면서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 쓰지 않는 전기 패널을 철거하고 설비 고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발굴한 것도 우수 개선 사례다.

그 결과 작업공간은 532m² 늘었고 실험시간은 20분에서 3분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런 노력으로 광양시는 최근 환경부로부터 공공 하수도 운영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승호 광양제철소 혁신지원그룹 마스터(57)는 “광양에 있는 5개 하수처리장 가운데 올해까지 4곳에 대한 컨설팅을 마쳤다”며 “앞으로 행정기관에 대한 혁신허브 활동을 확대해 시민이 살기 좋은 광양시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손 내민 광양제철소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동반성장 혁신허브 활동을 통해 지역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 광양제철소가 지역 상생을 강조하는 것은 ‘지역과 기업은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에서다. 동반성장 혁신허브란 민·관·기업이 협력해 지역 중소기업과 행정기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맞춤식 혁신컨설팅을 지원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프로젝트다. 기업과 도시가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광양제철소가 2011년 도입했다. 광양제철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역의 어려운 기업에 전문 컨설팅을 펼치고 있다. ‘정품·정량·정위치’를 뜻하는 ‘3정’, 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인 ‘5S’, 설비관리(M/M), 경영컨설팅, 사무환경 개선 등을 통해 안전·노무·재무 분야를 ‘대수술’ 하는 것이다.

컨설팅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은 모두 광양제철소가 지원한다. 중소기업에 구체적인 업무 기술을 전수하는 건 국내 대기업 중 포스코가 유일하다.

백승관 광양제철소장 등 제철소 관계자들이 동반성장 혁신허브 활동을 벌이고 있는 ㈜PJ메탈을 찾아 품질향상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양제철소 제공
백승관 광양제철소장 등 제철소 관계자들이 동반성장 혁신허브 활동을 벌이고 있는 ㈜PJ메탈을 찾아 품질향상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양제철소 제공
주 2∼3회 방문 컨설팅

광양시는 참여기업을 모집하고 제철소는 직접 교육을 전담한다. 이를 위해 제철소는 혁신허브 사업 전담 부서인 ‘혁신지원그룹’을 만들었다. 제철소 마스터 5명과 외부 컨설턴트 3명이 혁신허브 참여 업체를 주 2∼3회씩 방문해 교육한다. 현재 44개 업체가 참여해 활동기간(교육 6개월+유지관리 6개월) 1년을 마쳤다. 이들 업체는 2952건의 컨설팅을 받아 생산성은 30% 향상되고 비용은 20%를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중국, 러시아에 15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거뒀다.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광양상공회의소는 매년 성장 혁신허브 성과 보고회를 개최해 지역사회 전반의 혁신문화 확산과 동반성장 혁신허브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3년 안에 중소기업을 80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백승관 광양제철소장은 “5년째를 맞는 내년에는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개별사업장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으로 포스코가 지역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정기관 소상공인 참여 늘어

중소기업 혁신허브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행정기관과 소상공인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그동안 광양시청 민원지적과, 총무과, 문화예술회관, 태인진료보건소 등 행정기관 17곳, 소상공인 11곳 등 28곳에서 혁신 허브 활동이 이뤄졌다. 소상공인의 경우 지난해에는 2곳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9곳으로 늘었다. 소상공인은 외식업 위주에서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는 음식점 6곳 외에 미용실과 어린이집, 공구점이 동반성장 혁신허브 활동에 참여했다. 자재관리 방법을 개선하고 친절서비스 교육을 통해 고객이 크게 늘어나는 등 실질적인 이윤 창출에 도움을 줬다.

올해 처음 참여한 ‘헤어클래식’ 미용실 관계자는 “재료 보관실이 깔끔하게 정돈되고 출입구와 메인홀, 샴푸실 이미지가 확 바뀌면서 미용실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며 “고객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교육도 매출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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