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日음식, 규칙준수 철저한 국민성 반영… ‘무엇’보다 ‘어떻게’ 조리되느냐가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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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본 일본/박용민 지음/448쪽·1만8000원/헤이북스
별난 외교관 박용민씨 ‘맛으로 본 일본’ 출간

손으로 정성껏 빚은 ‘스시’.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인 스시는 17세기경 에도 지역에 등장했다. 저자 제공
손으로 정성껏 빚은 ‘스시’.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인 스시는 17세기경 에도 지역에 등장했다. 저자 제공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기에 외교관보다 좋은 직업이 있을까. 게다가 의전을 중시하는 외교 업무의 속성상 이들은 테이블 매너까지 철저히 교육받는다. 그래서 일본 음식에 담긴 문화적 코드를 들여다본 건 23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한 저자에게 딱 들어맞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은이(사진)는 2010년부터 2년간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유엔대표부에서 중동문제와 평화유지군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과 일본, 오만, 인도네시아 등 여러 외교 공관에 파견됐다.

준프로급의 사진 실력을 갖춰 이 책에 나오는 음식 사진을 직접 찍었다. 인도네시아에선 그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트럼펫과 베이스, 드럼 등 악기 연주도 능숙해 자선음악회를 종종 연다. 이미 영화 관련 책도 냈다. 동료들 사이에서 ‘별난 외교관’으로 통한다.

―일본 음식만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 코드는 무엇인가.

“외국에서 전래된 돈가스나 카레라이스, 오므라이스를 봐도 알 수 있듯 일본 음식은 ‘무엇’보다는 ‘어떻게’ 조리되느냐가 중요하다. 예컨대 일본 식당의 종류는 데판(철판)야키나 로바다(화로)야키, 구시(꼬치)야키와 같이 무얼 요리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요리하느냐를 기준으로 나뉜다. 또 일상생활에서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데 익숙한 일본인들의 속성이 음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본의 정식요리인 ‘가이세키’는 다도(茶道)의 정신을 이어받아 조리법이나 먹는 법에서 일정한 방식을 고수한다.”

―일정한 방식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재료 본연의 맛을 충실히 살려야 한다는 가이세키 요리의 원칙에 따라 코스마다 맛과 색깔, 조리 방식이 겹치지 않도록 한다. 무침과 회, 찜, 구이 등 코스별 조리 방법까지 세세하게 고려한다는 것이다. 또 하이쿠가 계절마다 정해진 표현인 ‘기고(季語)’를 중시하듯 가이세키는 철저히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엄선한다.”

―가장 선호하는 일본 음식은….

“종류를 불문하고 국수를 좋아해서 외국에 나오면 평양냉면이 가장 그립다. 일식 중에서도 우동이나 라멘을 잘하는 집을 알게 되면 메모를 따로 해놨다가 찾아간다.”

―이어령 선생의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썼는데….

“서로 합의된 규칙을 따르는 것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의 특성은 고교 시절 읽은 이어령 선생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또 소바 이야기에 관한 분석은 이 선생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그 이후’에서 가르침을 얻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맛으로 본 일본#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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