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valia]66개 도시 400만 관객을 매료시킨 지상 최대의 아트서커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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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카발리아’… ‘태양의 서커스’ 노만 라투렐이 연출
말과 인간이 빚는 마술(馬術)의 세계… 50마리의 말과 아티스트의 ‘교감’ 감동
제작비만 총 100억 원, 세계 최대 규모… 12월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서 공연

지난 10년간 전 세계 66개 도시를 돌며 400만 관객을 매혹시킨 아트 서커스 ‘카발리아’가 드디어 한국을 찾았다. 이제껏 공연된 어떤 공연보다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규모로 한국 무대를 장악한 아름다운 서커스에 관객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카발리아’를 연출한 노만 라투렐.
‘카발리아’를 연출한 노만 라투렐.
‘태양의 서커스’ 노만 라투렐의 놀라운 상상력

매끈하게 뻗은 다리, 바람에 흩날리는 빛 고운 갈기, 미세하게 요동치는 근육의 떨림까지 무대 한편에서 질주해 들어오는 말의 등장에 객석이 술렁인다. 50마리나 되는 말들이 40명의 아티스트와 펼쳐 보이는 아트 서커스 ‘카발리아’를 보면 초입부터 흥분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에 여러 번 소개되어 경이로운 흥행을 기록한 ‘태양의 서커스’의 설립자 노만 라투렐이 연출한 ‘카발리아’는 2003년 캐나다에서 첫선을 보인 후 10년 넘게 전 세계를 장악한 최고의 아트 서커스. 캐나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의 총 66개 도시에서 400만 관객을 매료시킨 이 아름다운 무대가 12일 한국에서의 첫발을 디뎠다. 특히 이번 한국 공연은 제작비만 총 100억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로 제작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로 경이로운 무대를 완성한 경험이 있는 라투렐은 인간을 넘어서 자연과 공존하는 무대를 연출하면 어떨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 고민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과 가까이서 삶을 공유한 말을 향한 호기심으로 번졌다. 말을 무대 위에 세우기로 결정한 라투렐은 단순히 말의 곡예가 아닌 말과 인간이 함께 자연 안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자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로 ‘카발리아’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지구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연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예부터 말(馬)이 소재인 무대가 인기를 누린 경우가 많다. 연극 고전의 대표작인 ‘에쿠우스’가 그렇고 최근 영국 국립극단이 제작한 ‘워 호스’ 또한 그렇다. 하지만 ‘카발리아’는 단순히 말을 소재로 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주인공인 무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관객의 눈을 단번에 매혹한다.

말과 인간이 빚어낸 기적 같은 마술

‘카발리아’는 말을 뜻하는 스페인어 ‘카발로(Caballo)’와 프랑스어 ‘슈발(Cheval)’, 말을 타고 싸우는 기병을 의미하는 영어 ‘캐벌리(Cavalry)’에서 따와 완성한 단어로 말과 인간이 공존하는 무대를 상징적으로 뜻한다. 곡예사들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말 위에서 환상적인 아크로바틱을 비롯한 로만 라이드(roman ride·말 등위에 두 발로 서서 타는 기술), 베어백 라이딩(bareback riding·안장 없이 타는 기술) 등 화려한 기술을 펼치고, 아티스트들은 공중곡예, 텀블링, 아프리카 토속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여기에 고삐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자유롭게 넓은 무대를 질주하는 말들의 모습은 그 어떤 군무보다도 매혹적이고 아름답다. 전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다양한 종의 말들은 반짝이는 갈기와 매끈하게 빗질된 털을 뽐내며 관객을 유혹한다. 그중에서도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이 깊고 아름다운 눈망울은 ‘카발리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카발리아’의 기수 로라 버브리는 “말들은 어떤 장면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음악을 통해서 인지한다. 각각의 말들은 자신과 호흡을 맞추는 아티스트들과 정서적인 교류를 통해 신뢰 관계를 쌓고, 이를 통해 아름다운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말들의 연기 비법을 설명한다.

‘카발리아’의 아름다운 안무를 완성한 알랭 고티에르 역시 “조금이라도 안무가 변하면 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말과 아티스트들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 1분의 공연을 위해 2시간이 넘는 훈련이 필요하며 모든 과정은 정서적인 교감을 쌓는 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카발리아’에 출연하는 모든 말이 수컷이란 것. 암컷이 한 마리라도 있으면 수컷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에 동선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서로의 신뢰 관계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미 오랜 세월 동안 훈련된 것뿐 아니라 인간과의 신뢰가 두텁기 때문에 말들이 움직이기 싫어하면 자유롭게 무대 위에 두기도 한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완성한 환상 동화

1부와 2부로 나뉘어 공연되는 ‘카발리아’는 무대의 배경에 따라 변하는 옴니버스 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가 박진감 넘치고 아슬아슬한 묘기에 집중한다면 2부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데 주력한다. 최첨단 프로젝터를 무려 20대나 사용하여 60m에 달하는 와이드 스크린을 통해 정글, 사막, 동굴, 평원 등 지구의 다양한 자연 풍경을 담아내고 이에 맞춰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은 ‘카발리아’의 아름다운 무대를 완성한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첼로로 이뤄진 6인조 밴드의 라이브는 인간과 말이 하나가 되는 동화 같은 무대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기존의 전통적인 서커스가 ‘묘기’에 집중한다면 ‘카발리아’는 말과 인간의 ‘교감’에 집중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정서적인 몰입도가 훨씬 높다. 극적인 스토리가 없어도 아티스트들과 말이 눈빛을 주고받는 순간 자체가 그 어떤 공연보다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과 자연이 함께 완성한 매혹적인 무대는 2446㎡(약 740평)에 달하는 거대한 이동식 극장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화이트 빅탑’에서 공연된다. 화이트 빅탑은 ‘태양의 서커스’를 비롯하여 ‘캣츠’ 내한공연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극장이나 ‘카발리아’는 그중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해 눈길을 끈다. 잠실종합운동장 내에 터를 잡은 ‘화이트 빅탑’은 무려 10층 높이 건물 규모에 2004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역대 최고 규모로 제작되었다. 50마리에 달하는 말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완성한 결과다.

‘카발리아’ 한 번의 공연을 위해 필요한 모래의 양이 2500 t에 달하며 무대 위 호수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이 12만 L라니 그 규모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선 가늠하기 어렵다. 말과 인간이 빚어낸 마술(魔術)이자 경이로운 무대 ‘카발리아’의 한국 공연은 1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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