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요즘 수목원에선 뭐니뭐니해도 국화, 다음주 지나면 이국적 단풍이 최고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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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의 사계’ 쓴 고규홍씨
◇천리포수목원의 사계/고규홍 지음/528쪽·2만7000원/휴머니스트

저자가 강원 영월군 법흥사의 상수리나무 앞에 서 있다. 온갖 나무를 취재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그는 이번 신간에서 천리포수목원의 사계절을
그렸다. 고규홍 씨 제공
저자가 강원 영월군 법흥사의 상수리나무 앞에 서 있다. 온갖 나무를 취재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그는 이번 신간에서 천리포수목원의 사계절을 그렸다. 고규홍 씨 제공
1999년 11월 신문사를 그만두고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에 은거한 저자는 한 송이 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차디찬 바람이 몰아치는 늦가을 뜻밖에도 하얀 목련이 거기 피어 있었던 거다. ‘봄에만 잠시 꽃망울을 터뜨리는 목련이 어떻게 지금 여기에….’ 그 작은 의문에서 나무에 ‘미친’ 삶이 시작됐다. 이제부터는 사람이 아닌 나무의 사연을 캐보자고 마음먹었다.

그의 마음을 훔친 건 목련의 한 종류인 ‘리틀젬 태산록’. 목련 중 거의 유일하게 7월부터 11월까지 꽃을 피우는 종이다. 어린 시절 집 앞 여고 교정에 서 있던 목련의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다. 이 나무와의 인연은 이후에도 각별했다. 천리포수목원의 창립자이자 그를 수목원으로 이끈 고 민병갈 선생도 생전에 리틀젬 태산록을 많이 아꼈다. 2002년 세상을 떠난 그의 유골은 수목장을 거쳐 이 나무의 뿌리 곁에 묻혔다. 저자는 1∼12월까지 각 계절을 대표할 수 있는 천리포수목원 식물들의 생태적 특성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얽힌 사연도 잔잔하게 풀어냈다.

―천리포수목원은 무엇이 특별한가.

“1970년 설립 당시부터 인공적인 걸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상태로 나무를 키우는 데 힘썼다. 최근 수목원을 개방하면서 방문객들 구미에 맞춰 인공적인 요소가 살짝 가미된 게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국내 수목원 가운데 인공적인 면이 가장 덜한 곳임은 틀림없다. 국내 최대인 1만50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한 곳이다.”

―방문객이 많아져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왜 이 책을 썼나. 사람이 더 몰릴 텐데….

“늘어나는 방문객을 막을 수 없다면 어느 시기에 어떤 꽃이 아름답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 수목원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걸 모르는 관람객들이 아무 곳에나 마구 들어가 나무와 꽃을 망치기 때문이다. 수목원 직원들은 아침 일찍 경내를 둘러볼 때마다 벚꽃이 떨어진 길조차 밟지 않으려고 멀리 돌아갈 정도로 이곳을 귀하게 여긴다.”

―지금 수목원에서 꼭 봐야 하는 식물을 하나만 꼽는다면….

“10월에는 역시 국화 종류가 가장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진다이 개미취’를 추천하고 싶다. 지금이 이 꽃이 가장 예쁠 때인데 온갖 종류의 벌과 나비들도 꼬인다. 일본에서 개량된 품종인데 키가 1.5m까지 크고 보랏빛 꽃이 화려하다. 게다가 꽃송이도 많고 개화 기간도 긴 편이다. 다음 주가 지나면 이곳 단풍도 추천하고 싶다. 천리포수목원의 단풍은 특유의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진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천리포수목원의 사계#천리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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