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폭격만 하지 않는다…新저널리즘 신무기로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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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맨좌)가 드론프레스 직원들과 함께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맨좌)가 드론프레스 직원들과 함께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드론(drone)이 자유자재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내는 프로펠러 소리가 상쾌하다. 비행체가 지면에 가까워지자 낙엽이 흩날린다. 드론은 땅에 거의 붙을 정도인 20cm 높이로 날다가 20m 이상 상공으로 훌쩍 날아오르기도 했다. 7월 초 부산 경성대 교정에서 오승환 사진학과 교수와 차태호 드론 프레스 기술이사가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이다.

드론이란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조종하는 비행체. 무인폭격기로 널리 알려졌지만 지금은 그 활용범위가 넓어져 UFO모양의 드론에 카메라를 탑재해 동영상과 정지영상을 촬영하는 '항공 촬영기'로도 활용하고 있다.

오 교수는 드론을 이용해 영상을 촬영하고 촬영한 이미지를 판매하는 '드론 프레스'의 대표다. 드론 프레스는 올 4월 1일 법인 설립을 끝내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미주리대학교에는 '드론 저널리즘'이란 과목까지 개설돼 있습니다. 드론을 이용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미디어에 노출됨으로써 포토저널리즘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거지요. 앞으로 경성대 사진학과는 '드론 저널리즘'을 2015년쯤 대학원에 개설해 학문적 연구부터 상업적 가능성까지를 두루 포괄하는 교육을 할 예정입니다."

드론 저널리즘의 골자는 비행체의 조종 기술과 촬영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사진학과 졸업생 중 상당수가 신문사나 방송사의 영상 관련 분야로 진출하기 때문에 미디어가 필요로 하는 항공사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비행체 조종법을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오 교수의 얘기다. 오 교수는 벌써 신문사에서 드론 숙련자를 요청하는 걸 보면 '드론 저널리스트'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오승환 교수가(가운데) 차태호 드론프레스 이사(우측)과 함께 경성대 교정에서 드론 조종 시연을 하고 있다.
오승환 교수가(가운데) 차태호 드론프레스 이사(우측)과 함께 경성대 교정에서 드론 조종 시연을 하고 있다.

드론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월 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참사 현장을 드론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이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눈이 날렸지만 드론을 50m 상공에 띄워 현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드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헬기를 띄우거나 높은 곳까지 올라가 사건 현장을 찍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드론은 날씨만 괜찮으면 언제나 상공에 띄울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촬영한 좋은 이미지는 미디어에 팔 수 있다. 언론사의 입장에서도 큰돈 들이지 않고 좋은 항공 영상을 구입할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드론을 활용한 마케팅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오 교수는 내다본다. "드론 프레스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비행체 제작과 드론을 이용한 영상물 제작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는 걸 보면서 드론의 가능성을 더 확신하게 됐습니다."

제작 의뢰를 받은 비행체는 해운대 산불감시용, 4차선 이상의 규모를 가진 다리의 구조 점검용, 해수욕장의 안전 감시용 등 다양하다. "해운대를 촬영한 영상을 중국 업체에서 1초에 100만 원을 주고 사갔습니다. 모 수입차 업체 동영상 광고를 드론을 이용해 찍기도 했고요. 또 방송사가 현재 보유 중인 항공 촬영물은 UHD급이 아닌 것이 많은데 방송 송출 방식이 UHD급으로 바뀌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에도 대비 중입니다."

오 교수는 드론이 가진 학문적 상업적 기능에만 관심을 두고 회사를 만든 것은 아니다. "대학은 시대 흐름을 읽고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기르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학교수들이 중요합니다. 과거에 배웠던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지금 세상에서 써먹을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배워서라도 가르쳐야 하지요. 드론을 이용한 촬영은 이제 막 시작된 신기술입니다. 상업화의 전망도 밝으니 사진학과 교수로서 드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또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대학은 지금 거센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2018년도가 되면 대학정원이 입학정원보다 많아진다. 오 교수의 '드론 프레스' 창업은 대학의 변화에 걸맞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국 30여 개의 사진학과 중 기업을 창업한 사례는 경성대 사진학과가 유일하다.



동아일보 대학세상(www.daese.cc)
부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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