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예측에 정답은 없다, 확률만 있을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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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의미있는 신호를 포착하라
◇신호와 소음/네이트 실버 지음·이경식 옮김/763쪽·2만8000원·더퀘스트


네이트 실버는 2012년 미국 대선에서 50개 주의 선거 결과를 모두 맞혀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선거 결과 예측이 아니라 어떤 결과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정보(신호)와 방해되는 정보(소음)를 가려내 진리에 좀 더 다가가는 것, 그리고 이를 이용해 자연재해, 테러, 전염병 등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랜디 스튜어트 제공
네이트 실버는 2012년 미국 대선에서 50개 주의 선거 결과를 모두 맞혀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선거 결과 예측이 아니라 어떤 결과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정보(신호)와 방해되는 정보(소음)를 가려내 진리에 좀 더 다가가는 것, 그리고 이를 이용해 자연재해, 테러, 전염병 등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랜디 스튜어트 제공
저자인 네이트 실버는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50개 주의 결과를 모두 맞혀 유명해진 인물이다. 출판사도 이를 적시하며 ‘예측의 천재’라고 광고했다. 하지만 예측이 몇 번 맞았다고 해서 과연 이 책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일까. ‘예측’과 관련해 유명해진 사람들이 한순간에 몰락하는 것도 여러 번 봐온 터라 책에 대한 신뢰를 일단 미뤄두고 책장을 폈다.

저자는 2002년 야구선수 분석 및 예측 시스템인 페코타(Pecota)를 개발해 명성을 얻은 뒤 2008년에는 선거 및 정치 분석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2008년과 2012년 대선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유명해졌다. 이 책은 네이트 실버가 자신의 예측 방법론을 총정리한 책으로 뉴욕타임스에서 15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763쪽인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세상에 수많은 정보’(소음)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신호)를 추려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 확률 높은 예측을 하는 것이다.

이 단순한 결론은 그동안 수많이 들어온 것이다. 결국 소음에서 신호를 추려내는 방법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지가 관건이다. 저자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태풍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 야구 주식 체스 포커 분야 등을 넘나들며 왜 수많은 예측이 틀렸는지, 그 속에서 올바른 예측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특히 재해나 테러의 경우 가능한 일과 전혀 불가능한 일로 나뉜다는 식의 발상이 우리를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고 지적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러더스 같은 은행이나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사는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을 간과했다. 주택 관련 파생상품이 실제 1달러만 내고 50달러를 빌려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도 과거 사례와 분석 자료로만 거품의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10년간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는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려 할 때 과거 사고 낸 적이 없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해도 안전하다고 하는 셈이라는 것.

2001년 9·11테러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보당국은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보잉기와 같은 대형 여객기의 비행술 훈련을 받고 있다는 정보를 얻고서도 비행기로 건물에 부딪치는 테러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유의미한 신호를 무시했다.

일본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는 리히터 규모 8.6의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됐다. 고고학적 증거를 보면 2011년 규모 9.1의 지진이 일으킨 높이 39m의 지진해일(쓰나미)보다 훨씬 강력한 쓰나미도 있었지만 이를 망각한 것이다.

저자는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또 우리가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처음 설정했던 전제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자료와 정보가 나올 때마다 계속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자신이 만든 예측모델이 과거 자료와 얼마나 들어맞는지 설명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야말로 미래 예측의 오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그렇지만 틀릴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예측할 수 있는 것까지 예측하지 않으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우리에게 미래의 사건에 대한 대처를 가능하게 하는 합리적 예측은 꼭 필요하며 이 같은 예측은 경제 위기, 테러,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국가 경영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통계사이트에선 이번 월드컵의 우승팀을 브라질로 예측했다. 이것이 맞느냐 틀리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어떤 과정과 분석을 거쳐 예측했는지가 중요하다. 보다 진실에 가까운 확률이 있을 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네이트 실버#신호와 소음#정보#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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