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내 글을 찬란한 슬픔과 감동으로 옮긴 배우들에게 경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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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엄마를 부탁해’ 연습실 찾은 원작자 신경숙

연극 ‘엄마를 부탁해’ 연습실을 찾은 원작 소설가 신경숙 씨(오른쪽). 아버지가 어머니를 두고 새어머니를 데리고 들어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장면을 연기하던 배우들이 신 씨가 다가오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연극 ‘엄마를 부탁해’ 연습실을 찾은 원작 소설가 신경숙 씨(오른쪽). 아버지가 어머니를 두고 새어머니를 데리고 들어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장면을 연기하던 배우들이 신 씨가 다가오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형, 여기 서울역인데 엄마가 없어졌어.” “엄마가 없어져?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가 지하철 타다가 잃어버리셨대. 미안해. 내가 나갔어야 했는데.” 6월 7일 공연되는 연극 ‘엄마를 부탁해’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28일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 연습실. 한진섭 연출가가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연두색 보자기에 싸인떡 상자가 다소곳이 놓여 있었다. 떡을 들고 온 이는 원작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쓴 작가 신경숙 씨. 이날 배우와 제작진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왔다. 》

‘엄마…’에 이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영어로 출판돼 신 씨는 6월 2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 8월에 돌아온다. 그는 “공연장에서 연극을 보지 못하는 게 많이 서운해 연습이라도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엄마…’는 2010년 초연 이후 세 번째 공연. 어머니 역의 손숙 씨와 약사 역의 이동근 씨를 빼고 모두 새로 합류했다. 아버지 역은 전무송 씨, 장녀 역은 예지원 씨가 맡았다.

장독대가 올망졸망 자리 잡은 무대에서는 여자도 배워야 한다며 딸도 서울로 보내고, 살림에 지쳐 홍어 껍질을 벗기지 않고 제사상에 올리겠다고 선언하는 엄마와 가족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신 씨는 1시간 반가량 진행된 리허설을 뚫어질 듯 바라보다 간간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글로 표현된 내용이 세밀하게 재현돼 가슴 깊이 스며들어온다”고 말했다.

연습이 끝난 후 손숙 전무송 씨가 신 씨에게 대본을 들고 와 사인을 요청했다. 신 씨가 “아휴, 제가 어떻게 선생님들께 사인을 해드려요”라며 사양하자 손 씨는 “원작자에게 사인 받는 게 의미가 있죠”라며 웃었다. 신 씨는 ‘손숙 선생님 멋졌어요♡’ ‘전무송 선생님 아버지 역할 잘 봤습니다^^’라고 수줍게 사인했다. 다른 배우들도 대본을 들고 와 줄지어 사인을 받았다.

신 씨는 “손숙 선생님이 어머니로 나오신 연극은 다 봤는데, 이번 작품은 업히는 장면도 있고 움직임이 제일 많은 것 같다. 공연 내내 또렷한 목소리를 유지하시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에너지가 넘치신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손 씨는 웃으며 “작품이 워낙 유명해서 다들 상당한 부담을 갖고 연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저기서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씨는 “아내에게 잘해 주지 못한 데 대해 깊은 회한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활자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까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감정을 절제해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어머니도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이 많이 묘사됐다. 한진섭 연출가는 “참고 인내만 하는 엄마가 아니라 화나면 소리 지르고 농담도 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를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원작자는 뒤에 있는 사람”이라며 “연극은 찬란한 순간이 모여 슬픔과 감동을 주고 마음을 치유해 준 뒤 사라진다. 그 소멸성을 끝까지 감내하는 배우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엔 4개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연극은 배우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면서 새롭게 탄생했다. 소설을 읽은 분들도 연극을 새롭게 느끼실 것 같다”고 말했다.

6월 7∼29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만∼6만 원. 02-577-1987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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