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공장단지’서 ‘문화특구’로… 파주출판도시는 지금 변신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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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건물에 북카페, 車있던 길가엔 각종 조형물
6월 19일 개관 ‘지혜의 숲’ 도서관도 지역 명물 예약
영화사 등 입주업체 다양화… 일각 ‘정체성 훼손’ 우려

(1) 파주출판도시 회동길 돌베개출판사 건물 1층에 최근 문을 연 북카페.
(2)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건립 중인 ‘지혜의 숲’ 도서관 내부.
(3) 15일 완공된 광인사 길 ‘책방거리’의 공사 전후 모습. 자동차로 채워졌던 아스팔트 도로(위)는 공사 후 벚나무가 심어진 산책로로 바
뀌었다. 파주=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1) 파주출판도시 회동길 돌베개출판사 건물 1층에 최근 문을 연 북카페. (2)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건립 중인 ‘지혜의 숲’ 도서관 내부. (3) 15일 완공된 광인사 길 ‘책방거리’의 공사 전후 모습. 자동차로 채워졌던 아스팔트 도로(위)는 공사 후 벚나무가 심어진 산책로로 바 뀌었다. 파주=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갓 볶은 커피향이 코를 찔렀다. 12일 오후 3시. 경기 파주시 문발동에 위치한 파주출판도시. 창비, 문학동네 같은 국내 주요 출판사가 위치한 회동길의 분위기는 올 초와는 사뭇 달랐다. 경기도가 지난달 8일 출판도시 내 사옥에서도 음료를 팔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면서 출판사 건물마다 ‘북 카페’ 설치가 유행이 된 것. 회동길 초입에 위치한 돌베개출판사는 이날 카페를 개장했다. 10m 옆으로 야외 카페도 보였다. 도시 내에는 15개 북 카페가 생겼고 10여 곳이 개장을 준비 중이었다. 2005년 완공된 파주출판도시는 당초 출판산업 집적화를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입주 출판사에는 세제 혜택도 주어졌다. 하지만 국가산업단지였던 파주출판도시는 일반인 출입이 적다 보니 ‘책공장 단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출판도시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

○ 15일 완공 광인사 ‘책방거리’, ‘지혜의 숲’ 도서관 미리 가보니

갈대샛강을 사이에 두고 회동길 맞은편에 위치한 ‘책방거리’(광인사길)는 서울의 인사동을 연상시켰다. 김영사, 교보문고 본사가 위치한 이 거리는 과거 직선형 2차로 도로에 주차된 차가 많았다. 이에 출판사와 파주시가 2011년부터 30억 원을 투자해 1.1km 구간을 S자형 ‘책방거리’로 변화시킨 것. ‘집문당∼광문각’ 공사가 지난해 마무리됐고 이달 15일 최종 구간(케이미디어∼보리) 공사가 끝났다.

직선 도로는 구불구불하게 바뀌었고, 바닥에는 아스팔트 대신 상아색 타일이 깔렸다. 벚나무 가로수도 심어졌다. 길 전체가 ‘건축공원’처럼 보였다.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임형석 차장은 “아직은 북 카페가 40여 곳밖에 안 되지만 100여 곳까지 늘려가겠다”며 “소프트웨어를 채워 일반인이 자주 찾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시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는 망치 소리가 울렸다. 다음 달 19일 개관을 앞둔 ‘지혜의 숲’ 도서관 공사는 70%가량 진행됐다. 오픈 카페를 중심으로 340m²(약 103평)의 서가(書架)는 높이가 6.5m나 됐다. 일반 도서관 서가 높이(2m 내외)의 3배가 넘다 보니 책에 파묻힌 듯 느껴졌다. 서가 디자인도 독특했다. ‘ㄱ’ ‘ㄴ’ 식으로 한글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 적용됐다. 향후 2만 m²(약 6000평) 공간에 100만 권이 소장된다.

○ 산업단지→문화특구 변신 왜? 비판 목소리도

현재 공사 중인 파주출판도시 2단계 용지에는 영화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업체도 입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출판도시’를 ‘문화도시’로 변모시키겠다는 것이 출판도시 관계자의 목표다. 국가산업단지인 파주출판도시를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따른 ‘문화산업특구’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자구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출판시장이 악화되면서 최근 1, 2년 사이 출판도시 내 부도가 난 출판사가 등장한 데다 도시 내 건물 가치가 예상만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수익적 측면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것. 파주출판도시에 입주해 있는 한 출판사 대표는 “은행 빚으로 화려하게 건물을 지은 후 부채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출판사가 생긴 상황에서 출판만 내세운 도시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밝혔다.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출판사 대표는 “문화특구로 확대되면 상업시설이 늘어나게 된다. 출판도시 자체의 색깔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출판계 관계자는 “출판도시 내 건물은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판, 인쇄업 관련 업체 외에는 부동산 매매를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문화특구로 바뀌면 규제가 풀릴 것을 기대하는 출판사도 있다”고 말했다.

파주=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파주출판도시#문화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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