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好통]물 건너갈 뻔했던 도서정가제의 大반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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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김윤종 기자
‘오보’를 냈다.

속이 쓰렸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오보를 낸 ‘못난’ 기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니…. 보도 내용이 틀려 국내 출판문화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도서정가제’ 이야기다. 앞서 기자는 ‘신간과 구간을 가리지 않고 도서 할인 폭이 1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도서정가제가 올해 시행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본보 23일자 A20면에 보도했다.

당시 세월호 침몰 사고로 21일로 예정됐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전체회의가 무산되면서 도서정가제 관련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 심의가 무기한 미뤄졌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9월 국회 본회의에서나 개정안이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할인경쟁으로 공멸 위기를 느끼던 출판계는 울상이 됐다. 시행령을 제정하는 데 6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나 도서정가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됐던 탓이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가 24일 갑자기 열린 것이다. 여기서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개정안과 함께 도서정가제 관련 개정안도 통과시켰고 29일엔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출판계 인사들은 결과적으로 오보를 낸 기자에게 “동아일보 보도로 오히려 출판계에서 4월 국회에 반드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국회를 압박한 결과”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실제 도서정가제 실시는 시행령까지 마련되는 올해 11월 이후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성미희 총괄실장은 “새 책을 중고 책으로 탈바꿈시켜 할인 판매하는 편법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시행령을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책값 거품이 빠지지 않아 도서정가제가 독자에게 오히려 손해를 줄 수도 있다. 문체부 정향미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정가제 적용으로 가중되는 학부모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참고서 가격 안정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판계와 독자가 모두 상생 가능한 구체적 방안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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