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국내 첫 무용 전문 월간지 ‘춤’ 창간 조동화 선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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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비평 기틀 다진 한국 무용계 큰별

1976년 ‘춤’을 창간해 국내 무용평론의 토대를 마련한 고 조동화 선생. 동아일보DB
1976년 ‘춤’을 창간해 국내 무용평론의 토대를 마련한 고 조동화 선생. 동아일보DB
한국 무용평론계의 대부이자 국내 첫 무용 전문 월간지 ‘춤’을 창간한 조동화 선생이 24일 서울 종로구 충신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고인은 1922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후 동아방송 제작부장과 편성부장을 지냈다.

1960년대부터 월간 ‘신동아’에 16년간 무용평론을 기고한 1세대 무용평론가로 1964년 신인 무용수들의 산실이 된 동아무용콩쿠르 창설에 큰 역할을 했다. 1976년 창간한 ‘춤’은 한국 무용에 대한 평론이 거의 없던 시절 무용 비평의 토대를 만들었다.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무용계에 조동화 선생 같은 큰 인물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한국 무용가 대부분이 고인의 날카롭고도 정확한 평론을 통해 발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은 “고인은 기록으로 순간의 예술인 춤을 영원의 예술로 바꾼 분”이라며 애도했다. 최청자 세종대 석좌교수는 “고인은 현대무용과 한국무용, 발레 할 것 없이 무용계의 아버지였다”며 “개인적 능력을 간파한 적절한 비평과 조언은 무용수들에게 금과옥조가 됐다”고 말했다.

‘춤’은 1976년 3월 창간호부터 이달 통권 458호를 낼 때까지 38년간 열악한 재정과 어려움 속에서도 단 한 호도 거르지 않았다. ‘춤’은 해외 논문과 춤 관련 정보를 번역 게재해 해외 무용계 동향을 소개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 역할을 했다.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춤’ 편집장을 지낸 김경애 댄스포럼 발행인은 “누적된 적자로 발간이 어려워질 때마다 소장하고 있던 이중섭, 박수근의 그림을 하나씩 팔면서 잡지를 펴내셨다”며 “발행을 멈추면 안 된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주변에선 한 달만 쉬자는 말도 꺼낼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며느리 조은경 씨가 편집장을 맡고 있다.

24일 빈소에는 이병옥 전통예술평론가회 회장, 박명숙 경희대 무용학부 학부장, 남정호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등 무용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006년 고인은 평생 수집한 춤 자료 16만 점을 기증해 춤 자료관 연낙재 개관에 기여하기도 했다. 한국 무용평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출판문화대상(1985년), 중앙문화대상(1988년), 옥화문화훈장(1990년), 월남장(2004년)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부인 전상애 씨와 아들 유현(세명대 교수), 딸 유미·유진 씨와 사위 박태식(대한성공회 신부)·팀 매디건(샌프란시스코 도서관 관장), 며느리 조은경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 발인은 26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 일산 기독교 공원묘지다. 02-743-778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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