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캄브리아기 이전의 생명체 흔적 탐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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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마틴 브레이저 지음/노승영 옮김/384쪽·2만2000원·반니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다면 지구상에서 ‘생명의 빅뱅’은 5억4800만 년 전 시작된 캄브리아기(고생대 첫 시기)에 이뤄졌다. 캄브리아기를 대표하는 삼엽충을 필두로 엄청나게 많은 생물 화석이 이 시기 지층에서 발굴됐다. 하지만 그 전시대를 뜻하는 선(先)캄브리아기에선 생명체의 흔적이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1859년 ‘종의 기원’을 펴낸 찰스 다윈에게 커다란 숙제였다. 그의 진화론을 입증하려면 46억 년 전 지구 탄생 이후 80%의 시간을 차지하는 선캄브리아기에도 생명체가 존재해야 하는데 ‘캄브리아기 폭발’ 이전 생명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생명체의 등장이란 점은 창조론의 증거로 여겨졌다.

따라서 진화론자들에겐 다윈 진화론의 ‘잃어버린 고리’로서 선캄브리아기 생명체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1910년 캐나다 로키산맥의 버제스 고개에서 발굴된 캄브리아기 세일암맥에서 현생동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연체동물이 대거 발견되면서 수수께끼는 풀렸다. 삼엽충 이전의 생명체는 껍질이나 단단한 외부골격이 없는 연체동물이었기에 화석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찻숟가락만큼의 모래나 진흙 속에 1만 개체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작았다.

영국 옥스퍼드대 고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1970년대 중남미 카리브해 섬에서 시작해 시베리아, 아마존 밀림을 헤매며 고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다닌 자신의 체험담과 과학사를 절묘하게 녹여 추리소설의 재미를 안겨주는 대중과학서를 썼다. 제목의 ‘잃어버린 세계’는 추리소설작가 코넌 도일이 쓴 모험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생명의 대폭발’이 이뤄진 이유가 ‘눈’이냐 ‘입’이냐는 논쟁이다. 앤드루 파커의 ‘눈의 탄생’은 최초로 눈이 달린 생명체 팔로타스피스에서 그 기점을 찾는다. 이 책은 그보다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입을 갖춘 프로토헤르트지나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부골격을 갖춘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본다. 마치 창세기의 시작을 ‘빛’(눈)에서 찾느냐 ‘말씀’(입)에서 찾느냐에 비견될 만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캄브리아기#생명체#종의 기원#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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