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장정희“목월의 미발굴 童詩 접하고 설렘과 사명감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청록파 시인 동시 발굴 동화작가 장정희 박사

청록파 시인들의 잊혀진 동시를 발굴해 연구하는 동화작가 장정희 씨(왼쪽)와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 이들은 2016년 박목월, 박두진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청록파 시인들의 동시집을 묶어낼 계획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청록파 시인들의 잊혀진 동시를 발굴해 연구하는 동화작가 장정희 씨(왼쪽)와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 이들은 2016년 박목월, 박두진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청록파 시인들의 동시집을 묶어낼 계획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동화작가 장정희 씨(46)는 지난해 여름 우연히 논문 한 편을 접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최기영 서강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1930년대 연길교구의 ‘가톨릭 소년’ 발간에 대한 일고찰’이었다.

‘가톨릭 소년’은 1936년 4월호부터 1938년 8월호까지 당시 북간도에 있던 연길교구에서 발간된 아동잡지. 최 교수를 통해 외국인 선교사의 개인 소장 잡지를 어렵사리 입수해 한 장 한 장 샅샅이 살피다가 시선이 멈췄다. 1936년 9월호에 실린 박목월의 동시 ‘개암이 장’ ‘꽃시계’, 같은 해 11월호에 실린 ‘가얌’을 발견한 것이다. 장 씨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 시가 어떻게 나에게 찾아왔을까… 설렘과 사명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운명적인 만남 같았다.”

‘개암이 장’은 해바라기에 모여든 개미(개암이)들의 모습을 장날이 선 것에 비유하는 환상적 동시로 평가되며, ‘가얌(개암)’은 개암나무 숲 속에 숨어 사는 토끼와 다람쥐의 생활을 리듬감 넘치게 그린 작품이다.

장 씨는 ‘장성유’라는 필명으로 장편환상동화 ‘마고의 숲’(현암사)을 썼으며, 지난해 ‘방정환 문학 연구’로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청록파’ 시인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이 동시를 창작했고 동화와 아동문학평론까지 남겼다는 사실에 관심이 생겼다.

그는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광복 전후 아동잡지와 신문을 뒤지기 시작했다. 동시집 ‘초록별’ ‘호랑나비’(이상 1946년), ‘산새알 물새알’(1962년)에도 실리지 않은 동시들을 찾아냈다. 장 씨가 발굴한 목월의 동시 47편, 박두진 동시 46편, 조지훈 동시 13편은 계간 ‘서정시학’ 봄호에 실렸다.

“목월은 1930년대에 동시라는 장르를 정착시키는 데 이정표 역할을 한 것으로 아동문학사에 기록된다. 그동안 목월의 동시를 다룬 논문은 모두 출판된 책에 실린 동시 107편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목월 시 전집에도 동시는 한 편도 안 실렸다. 지금까지 총 205편이 확인된 목월의 동시가 일부만 다뤄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가 찾아낸 동시를 본 목월의 아들이자 문학평론가인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아버님께서 이런 동시를 쓰셨느냐”며 놀라워했다. 박두진의 아들인 박영조 씨는 부친이 남긴 동시를 묶어 펴내려고 준비하다 장 씨가 발굴한 새 작품을 추가했다.

장 씨가 묵묵히 발굴 작업을 해나가는 데에는 스승인 시인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66)의 격려와 조언이 있었다. 최 교수의 말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안데르센 동화로부터 시작됐다. 창조적 상상력은 아동문학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국내에선 이를 간과해 안타깝다. 청록파는 현대시사에서 지닌 의미 못지않게 아동문학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시와 동시를 아울러야 그들의 시세계 전체가 규명되고 현대시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