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다이제스트]모멸감 外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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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김찬호 지음/324쪽·1만3500원·문학과지성사

한국사회를 위협하는 ‘정서적 원자폭탄’으로서 모멸감에 주목했다. 한국인의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되는 이 감정의 응어리가 스스로를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시키는가 하면 타인을 향한 폭력으로 표출되면서 왕따, 악플, 갑을관계 같은 사회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위신을 확인하려는 전통문화가 산업화사회를 만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상대를 얕잡아보고 괴롭히는 모멸의 악순환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작곡가 유주환이 작곡한 10곡을 담은 음반이 부록이다.

      
      
      
트로츠키

로버트 서비스 지음·양현수 옮김/972쪽·4만7000원·교양인

레닌 평전(2000년)과 스탈린 평전(2004년)을 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러시아 혁명가 3부작의 완결편. 레닌과 스탈린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이자 ‘혁명의 성자’로까지 불린 레온 트로츠키(1879∼1940)에 대해 비(非)트로츠키주의자가 쓴 최초의 평전답게 트로츠키의 한계와 오류를 냉철히 비판한다. 대중선동가, 이론가, 조직가로선 탁월했던 트로츠키가 스탈린과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것은 관료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스스로 자초한 고립과 자멸의 결과였으며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트로츠키의 행보는 스탈린주의의 전조였다고 분석한다.

      
      
      
꿀꺽, 한 입의 과학

메리 로치 지음·최가영 옮김/368쪽·1만5000원·을유문화사

‘침, 균, 똥의 숨겨진 과학’이란 카피에 걸맞게 먹고 마시고 흡수하고 싸기까지 인체의 소화기관에 얽힌 과학을 재기발랄한 글쓰기로 풀어냈다. 이 책에 따르면 곱창과 순대를 즐기는 한국인의 식문화는 고단백 영양소와 채소를 함께 먹는 효과를 낳는단다.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을수록 소화가 잘된다는 ‘플레처 이론’은 오류다. 대충 씹어도 우리 소화관이 다 소화해내기 때문이다. 장내 대장박테리아가 없는 사람을 위해 타인의 똥에서 이를 추출해 이식하는 대변이식수술이 압권이다.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조형준 옮김/320쪽·1만7500원·새물결

19세기가 ‘생산자 사회’였다면 21세기는 ‘소비자 사회’다. 자본은 이제 노동이 아니라 신용을 착취한다. 백수 청년이 신용카드는 몇 장씩 소지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노동을 관리하기 위해 복지를 들고 나왔던 20세기 국가와 정치는 21세기적 현실에 무능할 수밖에 없다. 복지에 역점을 둔 좌파가 현실 정치에서 실패의 쓴맛을 보는 이유다. 현대성에 대한 예리한 사유로 한국에서 인기 절정인 폴란드 출신 영국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 멕시코 출신 여성 사회학자 시트랄리 로비로사-마드라조의 대담집.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꿀꺽#한 입의 과학#트로츠키#모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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