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편집 매장, 가격 거품 확 뺐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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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 남성 편집 매장 낸 남훈 씨

서울 종로구 GS그랑서울타워 지하에 있는 자신의 매장에서 포즈를 취한 남훈 알란스 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종로구 GS그랑서울타워 지하에 있는 자신의 매장에서 포즈를 취한 남훈 알란스 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00년대 초반에는 ‘편집 매장’이란 말부터 낯설었다. ‘대체 무엇을 편집한다는 뜻인가.’

‘편집’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도 따뜻하기보다 다소 차가웠다.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옷들과 액세서리를 한곳에 모아놨다는 편리함 때문에 편집 매장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특히 ‘패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강남에는 편집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현재 그 수가 수십 개에 이른다.

‘강남=편집 매장의 메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최근 서울 종로구 GS그랑서울타워 지하에 생긴 남성 액세서리 편집 매장 ‘알란스(Alan's)’는 ‘편집 매장의 이단아’쯤으로 비칠 것 같다.

일단 광화문, 종로, 을지로 등 사무실 밀집 지역 한가운데 들어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편집 매장 물건들은 ‘수십만 원대’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비교적 싼 ‘몇만 원대’ 제품을 많이 들여놓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여기에 대기업 계열 패션회사인 삼성에버랜드(옛 제일모직)에서 맞춤 정장 브랜드이자 편집 매장인 ‘란스미어’를 7년 동안 담당했던 남훈 씨(43·사진)가 매장을 차렸다는 점도 특이하다.

11일 알란스 매장에서 남 씨를 만났다. 몇백만 원대 고급 남성복을 다루다 10평(약 33m²) 남짓한 공간에서 몇만 원대 소품을 판매하는 그는 “패션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며 ‘패션의 민주주의’ 얘기를 꺼냈다.

“이미 편집 매장이 많이 있는 강남보다 없는 곳에서 시작해보고 싶었어요. 특히 편집 매장 하면 너무 비싸고 이해하기 어려운 디자인만 난무할 것 같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누구에게나 편안한 느낌을 주는, 집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가 든 대표적인 예는 가격이다. “가격의 거품을 빼면 좀 더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그의 말대로 매장 내 제품 가격은 10만 원대를 넘지 않는다. 6만 원짜리 남성 벨트를 시작으로 지갑은 6만5000∼8만5000원, 향초나 디퓨저는 3만 원대다. 남 씨는 “제품의 80%를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 가격을 낮췄고 스카프나 구두는 실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 제품을 가져와 판매한다”고 말했다.

3년 전 회사를 나온 그는 현재 알란스 운영 외에도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강남의 편집 매장 컨설팅을 하고 있다. 종로에 터를 잡은 만큼 최근에는 종로 직장인들의 패션에 대해 연구도 해봤다.

“강남 고객들이 정보에 민감하고 튀는 패션을 좋아한다면 강북 직장인들은 화려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섞이는 데 무리가 없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알란스 제품의 디자인이 대체로 무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 씨는 액세서리 편집 매장을 시작으로 맞춤 정장 편집 매장 등으로 알란스 브랜드의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 그에게 패션을 잘 모르는 직장인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거품이 빠지는 시대인 만큼 무조건 비싼 옷을 사는 것은 옳지 않다”며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곰곰이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장이나 넥타이 등 유행을 비교적 타지 않는 ‘스테디 셀러’에 힘을 주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의 근대 복식에 관심이 많은 그는 “패션은 인문학”이라며 “심리학, 마케팅 등을 총체적으로 알아야 좋은 패션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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