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걷어낸 ‘인간 송화’ 만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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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서편제’ 주인공 이자람

이자람은 “판소리를 할 때는 혼자 무대에 서는데, 뮤지컬에서는 살아 있는 대상들과 호흡할 수 있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클립서비스 제공
이자람은 “판소리를 할 때는 혼자 무대에 서는데, 뮤지컬에서는 살아 있는 대상들과 호흡할 수 있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클립서비스 제공
“이번 ‘서편제’에서는 신비로운 송화보다는 ‘인간 송화’를 만날 수 있어요. 신비로움을 걷어내고 인물들의 캐릭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거든요.”

뮤지컬 ‘서편제’로 돌아온 이자람(35)은 이번 공연이 사람 냄새가 더 많이 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이청준의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이자람은 2010년 초연 때부터 주인공 송화를 연기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뮤지컬 배우 차지연 장은아가 송화 역을 함께 맡는다. 이자람은 ‘서편제’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판소리를 모르는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거든요. ‘서편제’를 본 관객들이 ‘사천가’ ‘억척가’로도 관심을 확대해 주셨죠. 연출, 배우들이 판소리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는 것도 고마워요.”

소리를 위해 송화의 눈을 멀게 하는 아버지 유봉 역은 서범석 양준모가 맡았다. “‘서범석 아버지’는 소리를 못 이룬 열등감 때문에 소리에 집착하는 모습이 강해요.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커지고 그만큼 용서할 때는 감정이 증폭돼요. ‘양준모 아버지’는 좀 더 아버지 같아요. 소리에 대한 욕망이 있는 아버지요. 내가 없으면 이 아버지는 어떡하나 걱정되고 연민의 감정이 많이 생겨요.”

‘서편제’에서는 소리꾼이 연기와 노래를 하고 뮤지컬 배우가 소리를 해야 한다. 이자람은 “모두가 두려운 부분을 안고 있기에 팀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자람은 나이에 비해 훨씬 생각이 깊어 보였다. 그래서일까. 가장 어려운 점이 명랑한 연기라고 털어놓았다.

“연출을 맡은 이지나 선생님이 ‘명랑해졌으면 좋겠어’라고 말씀하세요. 밥상이 뒤집어지거나 들판에 새가 날아가는 걸 보고 까르르 웃는 장면이 나오면 명랑하게 웃겠어요. 그런데 그런 장면은 없거든요. 명랑함이 묻어나오게 웃는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자람은 지난해 판소리 ‘사천가’ ‘억척가’를 비롯해 연극 ‘당통의 죽음’에 출연했다. 지난달에는 주요섭의 단편소설 ‘추물’ ‘살인’을 판소리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분야의 경계 없이 종횡무진하는 그의 다음 횡보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판소리를 짊어지고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어요. 이제 ‘사천가’는 하지 않을 거예요. 김소진 이승희 씨가 오랜 시간 ‘사천가’를 하면서 역량이 쌓였어요. 저는 ‘억척가’만 하기도 벅차요.(웃음) 하나씩 뒤로 흘려보내야 저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요. 이자람이 하는 공연은 믿고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20일∼5월 11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5만∼11만 원. 1577-336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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