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말을 해야지, 말을∼ 쿵짝 비결은? 꿍하지 말고 털어놓는 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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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순-채자연 ‘베스트고부’의 명절

“좋은 할머니가 되면 좋겠어. 잘 늙는 건 요즘 내 최고 관심사야.” 방송인 송도순 씨의 새해 바람이다. 송 씨의 며느리인 채자연 씨는 “건강이 최고”라고 답했다. 사진 왼쪽부터 송도순 씨와 손녀 박채연, 손자 박강민, 며느리 채자연 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의상협찬=박술녀 한복
“좋은 할머니가 되면 좋겠어. 잘 늙는 건 요즘 내 최고 관심사야.” 방송인 송도순 씨의 새해 바람이다. 송 씨의 며느리인 채자연 씨는 “건강이 최고”라고 답했다. 사진 왼쪽부터 송도순 씨와 손녀 박채연, 손자 박강민, 며느리 채자연 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의상협찬=박술녀 한복
시어머니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 깐깐하다. 며느리는 ‘제 할 말 다 하는’ 신세대다. 그런데 둘의 궁합이 잘 맞는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이상적인 신세대 며느리의 표본”이라고 치켜세우고, 며느리는 시어머니 덕에 “‘전생에 나라를 두 번 구한 것 아니냐’며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자랑한다.

방송인 송도순 씨(65)와 그의 며느리 채자연 씨(36)는 채널A ‘웰컴 투 시월드’ 출연자 중 쿵짝이 가장 잘 맞는 고부다. 비결은 뭘까. 고부갈등의 폭발 시기인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 청담동 ‘박술녀 한복’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시월드’ 제작진이 ‘베스트 고부’로 두 사람을 추천했다.

▽채자연=정말 좋다. 며느리에 대한 기대치가 별로 높지 않아서인지 트러블이 없다. 명절 음식을 잘 못해도 ‘친정에서 뭘 배워 왔느냐’고 핀잔하는 대신에 ‘넌 뭐 이런 걸 사오지, 직접 해왔냐’며 칭찬하신다.

▽송도순=단점 백날 얘기해봤자 안 고쳐진다. 반면 칭찬을 하면 대우 받을 수 있다. 늙으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하는데, 그것만은 아니다. 입을 열어 칭찬하고, 손바닥으로 박수 쳐야 한다.

―두 사람이 원래 사제지간이었다고 들었다.

▽채=대학(동덕여대) 다닐 때 어머니(송도순)는 깐깐하고 무서운 교수님이었다. 그래서 남편이랑 연애하면서도 결혼은 말아야지 했다. 그런데 결혼해보니 어머니의 직설 화법이 돌려 말씀하시는 것보단 나은 것 같다. 나도 ‘대찬 성격’이라 마음에 담기보단 말씀드리는 편이다.

▽송=솔직히 아들(탤런트 박준혁)이 얘(채자연)랑 결혼할지는 몰랐다. 내 친구들은 나한테 ‘너 며느리에게 잡아 먹힌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근데 나는 얘 정도 수준이면 잡아 먹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며느리를 예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밥을 잘하니까. 마음 씀씀이 얘기다. 자기가 먹으려고 밥하는 사람 없지 않은가. 얼마 전엔 우리 친정엄마 제사까지 지냈다. 아무리 배꼽 드러나는 옷을 입고 다녀도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배꼽에 다이아몬드 링을 해주고 싶을 정도다.

―송도순 씨는 방송에서도 ‘앞서 가는’ 시어머니로 꼽힌다.

▽송
=우리 세대 중 시집살이 시키는 어머니는 별로 없다. 우리 세대는 ‘낀 세대’인데 앞 세대 시어머니와 달리 배운 것도 있고 들은 것도 많아서 과학적으로 진화했다. 요즘 시어머니들은 눈치가 ‘무한대’단이다. 유치하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한다, 다들.

▽채=어머니의 좋은 점은 ‘자식보다 자신에게 관심이 더 많다’는 거다. 결혼해서 처음에는 시댁에서 살았는데 시집살이는커녕 워낙 바쁘신 터라 며느리에 대한 관심이 없으셨다. 사실 여자들이 가장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건 ‘며느리에 대한 지나친 관심’ 아닌가.

―좋은 고부관계를 위한 조건을 꼽으라면?

▽채=‘시월드’에서 배운 교훈은 소통을 해야 한다는 거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말을 안 하면 알 수 없다. 고부 관계는 더욱 그렇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말을 해야지 마음에 담고 숨기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송=맞다. 난 가장 싫은 게 새침하고 그윽한 여자다. 기본 예의를 갖출 필요는 있지만 씩씩하고 당당한 게 좋다. 시어머니도 며느리를 시험에 들게 하면 안 된다. 물을 엎지르면 내가 대신 닦아주든지, 바로 핀잔을 주는 게 낫다. 계속 지켜보면서 마음에 쌓아두면 신뢰가 무너진다. 그리고 며느리의 인품이나 교양에 대해서도 트집 잡지 말아야 한다. 초록은 동색이며, 그 며느리랑 결혼한 남자는 내가 기른 거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친정엄마와 딸 같은 사이가 될 수도 있을까.

▽송=그건 말도 안 된다. 딸은 딸이고, 며느리는 며느리다. 다만 며느리와 좋은 친구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

▽채=난 어머니를 사장님으로 생각한다. 사원이 사장님을 존경하면 회사 다니는 게 즐거울 수 있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다.

―설이다. 명절 스트레스로 힘겨워하는 며느리가 많은데, 그 집은 어떤가.

▽송=명절 스트레스라는 말이 좀 마땅찮다.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게 명절 아닌가. 음식이야 못하면 사오면 된다.

▽채=우리 집안은 명절이나 집안 행사 부담이 적은 편이다. 가족이 모이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두셔서, 식당에서 밥 먹자고 하신다. 이런 시집 괜찮지 않나. 둘째 도련님이 미혼인데 적극 추천한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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