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광 작가 “비운의 왕자 이우가 살았다면? 신나는 상상이 펼쳐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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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왕자 이우’ 펴낸 풍자와 입담의 작가 김종광

이우 왕자의 생애를 그린 역사소설을 펴낸 소설가 김종광. 책날개에는 작가 사진 대신 인터넷에서 ‘얼짱 왕자’로 통하는 이우의 사진을 실었다. 김종광은 “그의 외모가 워낙 출중해서 도저히 내 사진을 쓸 수가 없었다”면서 쑥스러워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우 왕자의 생애를 그린 역사소설을 펴낸 소설가 김종광. 책날개에는 작가 사진 대신 인터넷에서 ‘얼짱 왕자’로 통하는 이우의 사진을 실었다. 김종광은 “그의 외모가 워낙 출중해서 도저히 내 사진을 쓸 수가 없었다”면서 쑥스러워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종광(43)의 소설 속에는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로 능청스레 대화를 주고받는 보통사람들이 와글와글 살아왔다. 처량한 인생들의 이야기를 해학과 입담으로 버무려 독자를 웃기고야 말았던 그가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그의 첫 역사소설 ‘왕자 이우’(다산책방)가 최근 나왔다.

그는 오래도록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했다. 왕조의 오랜 역사를 지닌 국가에서 광복 이후 어떻게 깨끗하게 왕조가 사라졌을까. 일제강점기 대한제국 황실에는 그토록 인물이 없었던 걸까. 그 답을 찾아가다 2년 전 의친왕 이강의 둘째 아들 이우(1912∼1945)를 만났다.

“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 중에 이우는 가장 잘난 인물이에요. 최상류층에 속하면서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처음에는 정이 잘 안 가더라고요. 여러 자료를 통해 이우에 대한 단편적인 조각들을 모으다 보니 굴곡진 시대에 정신적으로 혼란스럽고 긴장된 삶을 살았던 그에게 서서히 애정이 느껴지더군요.”

광복을 눈앞에 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피폭돼 사망한 이우. 동아일보DB
광복을 눈앞에 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피폭돼 사망한 이우. 동아일보DB
이우는 고종의 5남 의친왕 이강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흥선대원군의 장손 이준용이 사망하자 양자로 입적돼 운현궁의 네 번째 주인이 됐다. 일제에 볼모로 잡혀 일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도 조선말로 싸우고 조선노래를 부르며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우는 일본 황적에 오른 조선 왕족 중 유일하게 조선 여자와 혼인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쓰러졌고 이튿날 니노시마 해군병원에서 숨졌다. 그의 나이 33세 때였다.

“일본에 동화됐던 영친왕이나 반일적이었지만 방탕했던 의친왕은 대중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생애를 살았지만 이우는 달랐어요. 그가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벌였다는 건 후손의 증언 외에는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사료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왕족들과 달리 민족의식을 지녔던 이우가 광복을 눈앞에 두고 요절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달리 흐르지 않았을까요.”

작가는 이우를 복원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 등을 뒤져 그를 다룬 224건의 기사를 찾았다. 의친왕이 순종 장례식 날 트렁크를 잃어버렸다는 기사 한 줄에서 뻗어져 나온 에피소드도 소설에 나온다.

그는 ‘작가의 말’에 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참고한 서적 목록을 빼곡히 적어 넣었다. 작가는 대한제국 황실 인물의 면면을 다룬 ‘제국의 후예들’(정범준 지음)을 길잡이로 삼았다. 그는 “단편적인 팩트와 팩트 사이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이어가다 보니 추리소설을 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면서 “‘제국의 후예들’을 가까이 두고 말이 되는 상상인지 체크하면서 써내려갔다”고 했다.

소설은 270쪽짜리 ‘이우 실록’과 85쪽 분량의 ‘이우 외전’으로 나뉜다. 이우 실록이 이우의 생애를 복원한 팩션(팩트+픽션)이라면 이우 외전은 이우가 일본에서 죽지 않고 살아서 조선으로 돌아와 자주 독립전쟁을 일으켜 대한대중(大衆)공화국을 선포한다는 역사 판타지가 담겼다. 외전에서는 김종광 특유의 스타일이 묻어나온다.

“원고지 1180장부터 1300장까지 오가면서 2년간 네 번을 다시 썼어요. 기록에 기반한 역사소설을 쓰면서도 조제 사라마구(포르투갈 소설가)처럼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사실처럼 그리고 싶은 욕구가 계속 꿈틀거려서 그만….(웃음)”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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