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언급한 ‘복음화의 사회적 책임’ 참뜻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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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계 내부 해석 엇갈려

최근 가톨릭 내부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권고는 지난달 2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전북지역 신부들의 정권 퇴진 시국미사 나흘 후인 26일 발표됐다. 시국미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 와중에 발표된 교황의 권고를 놓고 그 해석을 둘러싼 갈등도 더욱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황의 권고는 5장 288항으로 돼 있다. 1장은 교회의 선교사명과 개혁, 2장은 사회와 교회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다뤘다. 3장은 복음 선포를 주제로 사목자들에게 강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4장에선 복음화의 사회적 책임을 다루며 정의와 평화, 공동선을 요청했다. 5장에선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으로 충만한 복음의 선포자가 되기를 권고했다.

이 권고를 근거로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등 일부 교구 정평위와 사제단 신부들은 “사제들의 직접적인 정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의 발언(지난달 24일)을 비판했다. 이에 염 대주교는 지난달 29일 이들의 주장을 의식한 듯 ‘성전 안에만 안주하는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를 원한다’는 권고의 한 구절을 소개한 뒤 “그러나 그 방법은 철저하게 복음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달 4일 발표한 입장에서 ‘복음의 기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문이 누누이 강조하듯 교회의 사목은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천주교주교회의 정평위도 11일 교황의 권고를 들어 자신들의 주장이 교황의 사목 방침에 일치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정평위는 ‘교회에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선택은 사회학의 범주 이전에 신학의 범주’라는 표현을 들었다.

이 같은 혼란은 교황의 권고가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원칙적 언급이어서 각자의 성향이나 편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황 중심의 엄격한 위계구조를 가진 가톨릭 내부에서 제각각의 해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일반인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가톨릭의 각 교구는 교구장 주교가 절대적 권위를 행사하며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구조여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최근 발표된 주교회의 정평위의 입장을 각 교구가 따라야 하는 구속력은 없다. 정평위는 교구 중심제로 운영되는 가톨릭 구조상 주교들의 협의체인 주교회의, 더욱이 그 산하 위원회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수원교구는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가 정평위 위원장으로서 정평위 입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교계의 해석이다.

서울대교구의 경우에도 책임자인 염 대주교가 일부 신부의 주장이 평신도들의 신앙생활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대교구장 비서실장인 허영엽 신부는 “‘복음의 기쁨’은 교황의 사목 원칙과 이후 청사진을 다룬 것으로 개별 국가의 정치적 상황이나 개별 교회에 대한 입장은 담고 있지 않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것은 전적으로 각 교구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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